총경 김길규
총경 김길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다는 가장 먼저 그 변화를 드러낸다. 누군가에게는 겨울의 바다가 그저 고요하고 낭만적인 풍경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겨울 바다는 긴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갑작스러운 돌풍, 거칠어진 파도, 얼어붙은 갑판. 이 모든 것이 생명을 위협하는 경고음이 된다.

겨울철 바다의 수온은 약 5~10도로, 이 온도의 바닷물에 빠지면 10분 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20~30분이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구명조끼를 착용했더라도 30분 내 구조되지 않으면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또한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 겨울철에는 작은 파도도 순식간에 높아지고, 다도해 특성상 섬 사이 좁은 수로에서는 조류와 바람이 만나 예상치 못한 너울성 파도가 자주 발생한다.

지난 2024년 2월, 해남군 송지면 인근 해상에서 양식장 관리선이 전복돼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겨울바다가 얼마나 순식간에 모습을 바꿀 수 있는가를 깊이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망양보뢰(亡羊補牢)’ 라는 말이 있다. 양을 읽고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이미 어떤 일을 실패한 뒤에 뉘우쳐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안전을 위한 준비는 결코 나중으로 미룰 수 없다. 철저한 출항 전 점검, 구명조끼 상시 착용, 그리고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시 조기입항이야말로 바다에서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나 하나쯤 괜찮겠지’ 하는 방심을 버리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겨울바다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올겨울, 바다를 찾는 모든 이들이 다시 한 번 안전을 되새기길 바란다. 작은 주의가 생명을 살리고,  그 생명이 안전한 바다를 만든다.

진정한 겨울 바다의 낭만은 차가운 파도 위에서도 ‘안전’을 지켜내는 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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