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삼 직무대리
차영삼 직무대리

5월의 뜨거웠던 열정을 뒤로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국립5ㆍ18민주묘지에는 고요한 품격이 깃든다. 단풍이 조금씩 물들고 선선한 바람이 묘역 곳곳을 쓰다듬고 지날 때면, 이곳이 단순히 민주유공자분들의 안식처가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분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장소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계절은 변해도, 유공자분들의 희생에 대한 존경과 그분들을 기억하려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계절 속에서 5ㆍ18민주유공자를 모시는 안장식을 거행할 때면, 저는 항상 같은 마음가짐으로 “이제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고 유족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린다. 짧은 문장이지만 국가가 유족에게 드리는 약속이며 묘지를 관리하는 저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말이다.

얼마 전 진행된 안장식을 마치고 유족 대표께서 제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시며 “이제는 제 아버님을 믿고 맡기겠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고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 속에는 유족들이 긴 시간 간직해온 유공자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국가에 위임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와 우리에게는 더욱 더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였다.

국립5ㆍ18민주묘지의 역할은 단순히 유공자분들에게 안장 공간을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이 곳은 민주주의의 정신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국가적 기억의 공간이다. 따라서 묘지를 관리하는 모든 일들은 유공자 한 분 한 분에 대한 예우의 연장선이며, 국가가 지켜야 할 역사적 책무이다.

우리 묘지 직원들은 매일 묘역의 잔디와 수목을 관리하고, 안전시설을 점검하는 등 유족과 방문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특히 2묘역 침수 예방을 위해 금년말까지 배수개선 공사를 완료하여 좀 더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처럼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작은 조치 하나에도 유공자에 대한 존경을 담아 세심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묘지관리의 모든 과정은 유공자분들의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 이라는 태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저는 안장식의 마지막 순간마다 유족에게 같은 인사를 드릴 것이며 그 말은 결코 형식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유공자분들의 삶과 정신이 국가의 품안에서 존중받고 기억되도록, 유족의 마음이 오래도록 위로받을 수 있도록, 국립5ㆍ18민주묘지가 해야 할 역할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 될 것이다. 

“이제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이 약속을 지켜 나가는 일! 그것이 국립5ㆍ18민주묘지의 존재 이유이며, 우리가 앞으로 변함없이 이어나갈 국가의 책임이자 품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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