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한 주를 마치고 금요일 밤의 여유를 만끽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불이 나기 시작했다. 업무 대화망은 수백개의 대화가 오가고 안전문자까지 쏟아졌다.
생소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라는 곳에 화재가 났다고 한다. 화재가 발생했다니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전 국민이 불안해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인가 싶었다. ‘그저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닌가?’
아니었다. 주말에 당직근무를 서기 위해 출근했더니 많은 것이 멈춰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과 국가정보통신망 등의 안정적인 운영, 효율적 통합ㆍ구축관리와 보호ㆍ보안 등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소속의 국가기관이다.
결국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는 각 정부기관 데이터센터의 문제이고 이는 전자정부 업무의 마비로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금요일 밤에 문제가 생겨 주말에 대응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일까. 평일이었다면 더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축하고 있다. 2024년 UN의 전자정부발전지수(EGDI)에서 우리나라는 193개 회원국 중 덴마크, 에스토니아, 싱가포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해당 지수는 온라인 서비스(OSI), 통신지수(TII), 인적자본(HCI)로 이루어지며 특히 전자정부에 대한 국민체감도를 대표하는 온라인서비스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바꿔 해석하면 그만큼 이번 화재는 나라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몇 분만에 모바일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하던 사람들은 큰 불편을 느꼈을 것이다.
정부가 관리하던 자료를 이용하던 민간업체 또한 피해를 입었고 그들이 제공하던 서비스의 차질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은 가중되었을 것이다.
일선에 근무하며 이런 상황을 직접 겪으니 이렇게 일상에 정보기술이 깊숙이 침투했다는 것에 놀랐고, 문제가 생겼을 때의 파급효과의 심각성 또한 깨닫게 됐다. 전문가를 비롯한 사회 각층에서는 이번 화재를 두고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숙고의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단일 거점 집중의 위험성이 드러난 만큼 저장센터의 분산이 필수적이고, 백업 체계의 강화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리튬 배터리 안전문제 개선 등이 논의되고 있다. 조선 전기부터 4대 서고에 나눠 실록을 보관했던 선조들의 지혜는 새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스템 전반의 개선과 더불어 공무원 개개인들 또한 혼란스럽고 힘들겠지만 일선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 정비 계기로 삼고 업무 혼란으로 발생할 수많은 민원을 응대할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더불어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차적 문제에도 주의해야 한다.
일례로 개인정보취급 문제이다. 전산이 마비된 만큼 종이 문서의 사용량이 급증할 것이고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사용 후 폐기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시민들 또한 현 상황의 근본적인 개선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 및 채찍질과 더불어 다소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화재로 국가 전반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체제 개선과 자기 쇄신의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관이 합심하여 지속적인 노력과 감시의 피드백을 통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경제 및 군사 강국의 대열에 합류했고,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일궈냈으며, 김구선생이 어깨춤을 출만큼 세계는 K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는 또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