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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박받던 순교자들이 잠든 천호성지<완주군 천호성지 탐방기>
김현진 기자  |  hj-kim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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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17  16: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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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호성지에 위치한 부활성당의 모습
조선 헌종 6년인 1839년에 일어난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의 세도권 쟁탈전으로 인한 기해박해로 앵베르, 모방, 사스탕 등의 프랑스 신부들이 참하여지고 수없이 많은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이 때죽음을 당한 박해를 기해박해라고 한다.

전주교구 천호성지(天呼聖址) 는 1839년의 기해박해를 전후하여 충청도와 전라도의 일부 교인들이 박해를 피하여 소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노령산맥의 대둔산 줄기가 호남평야로 이어지는 충남과 전북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이곳에 있다.

   
▲ 피정의 집 전경 사진
필자는 사순절을 맞이하여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기 위하여 14일 일찍 목포를 출발하여 천호성지를 가기로 하였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익산의 봉동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천호성지를 찾아가는 길에 보이는 아름다운 농촌풍경에 눈길이 멈추었다.

완주군 비봉면의 한가로운 시골길섶에 따스해진 봄볕에 취한 작은 풀숲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고 있었고, 시골 동네지만 최신 전원농장풍의 원목집들이 고급스러워 보였다.

천호성지는 글자 그대로 하느님이 부르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까 어찌되었던 나는 이곳에 누가 오라고 하지 않는데도 자주 오게 된다. 천호(天呼)성지에는 기해박해와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천호성지 부활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순교자 묘역을 찾아서 입구에서 사랑하는 딸 레지나와 아들 다니엘을 위하여 촛불을 두 개 켜고 순교자 묘역을 참배하고 내려와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서 먹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지, 하면서 바로 십자가의 길을 찾아서 묵상을 하면서 14처를 돌아서 자동차로 돌아왔다. 가만히 생각하니 오면서 먹으려고 싸 가지고 온 찹쌀떡 인절미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점심밥 대신 인절미를 먹고 기분 좋게 주변을 둘려 보았다.

이번 탐방기를 쓰기 위하여 수녀님을 만나서 몇 가지 물어보려는데 수녀님이 부임한지 이제 1달 밖에 되지 않아서 아는 것이 없다고 하여 그냥 웃고 말았다. 따뜻한 봄볕에 피정의 집에서 키우는 개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몇 년 전 여름에 성당 교우들과 함께 천호성지 피정의 집에서 1박2일 피정을 하던 기억이 새롭게 난다. 그때는 한 여름이어서 무척 더웠는데 방에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만 있어서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밤이 되니 도리어 추위가 느껴지는 것이다. 성지에 에어컨이 없는 사실이 이해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 천호성지 내 실로암 호수에서 볕 바라기하는 오리의 모습
차를 돌려 밑으로 내려오다 실로암 호수라는 곳에 이르니 작은 호수에 오리 몇 마리가 봄볕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장난을 하고 물장구를 치면서 이제 오는 봄 맏이를 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정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때 택시가 오더니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느냐”고 물어서 “잘 모른다”고 하면서 부활성당을 가르쳐 주고 우리는 다리실 교우촌으로 향하여 길을 갔다.

다리실이라고 불러지는 교우촌에 도착하니 거기에도 천호성당이 있었다. 그리고 결혼식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조금 전의 택시를 타고 성당을 묻기에 우리는 부활성당을 가르쳐 주었는데 한참을 걸어갔을 터 어쩌지 하는데 멀리서 택시에서 내려 헐레벌떡 뛰어오는 그 사람을 보자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다리실 교우촌은 기해박해와 병인박해를 피해 천주교인들이 모여 숨어살던 곳이었다. 이곳은 이중환의 택리지에 의하면 “산세가 험해 사람이 살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되어있던 첩첩산중이었다. 이처럼 험한 곳에 들어와서 가족과 함께 땅을 일구고 나라의 천주교 탄압을 피하여 신앙생활을 하던 선조들의 피와 땀이 오늘의 한국 천주교의 깊은 토양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호성지는 한국천주교회의 대표적인 사적지이며 1866년의 병인박해시 전주 숲쟁이에서 순교하신 6명의 순교성인과 1868년 여산에서 순교하신 10명의 무명 순교자들과 함께 이곳 천호산에 종적을 알지 못한 채 묻혀 계신다. 이들은 하느님의 부르심(天呼)을 알아듣고 어느 것 하나 남김없이 송두리째 바치고 이곳에서 안식을 취하고 계신 것 같다.

   
▲ 편백나무 숲속의 십자가의 길이 평화롭게 봄볕을 받고 있다
천호성지에는 부활성당이 있다. 이곳은 외부 모형과 벽면, 천정을 다각형의 입체적인 구성을 통해 박해를 죽음으로 이겨낸 선조들의 신앙을 형상화하고 침묵과 온화함이 공존해 있는 부활성당은 교회건축의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전라북도 완주군 비봉면에 위치한 이곳은 천주교인들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 같은 봉안경당과 천호성물박물관이 있으며, 피정의 집 뒤편의 천호산에는 가상칠언의 묵상길이 있어 순례자들의 묵상과 힐링을 위한 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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