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창 포스터

[통합뉴스 김영근 기자] 목포를 거점으로 중앙무대와 지역에서 공연. 영상 작업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정경진 작가의 창작 초연작 ‘바다의 창고 해창’(이하 해창)이 '막걸리 한잔'이라는 부제로 오는 17일과 18일 오후 7시 30분 해남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막을 올린다.

해남 극단 미암(지부장 고유경) 의 전남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으로 준비한 작품의 무대는 해남군 화산면 해창리에 위치한 해창주조장이다.

‘해창’은 정경진 작가의 2020 마지막 프로젝트다. 2020년 제주로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장, 단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정 작가는 지난 9일 무안군 전통예술단체인 우리소리예술단이 올린 수산 김우진의 삶을 조명한 창극 ‘초혼’을 집필했으며 올 한 해 동안 보훈의 달 기념공연 ‘그대 있음에 아름다운 나라’, 5.18 40주년 기념공연 ‘부치지 못한 편지’, 코로나 여파에도 성공적인 대학로 대극장공연으로 화제가 된 ‘돈데보이’, ‘리진’, 단편영화 ‘라면’, 아트 체인지 온라인미디어 ‘신 역사스페셜’‘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 정경진 작가

정경진 작가는 “12월 대학로 장기공연으로 잡혀있던 작품이 내년 봄으로 미뤄진 거 외에 다른 작품들은 거의 다 풀어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미안하죠”라며 올해를 자평했다.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다작이 가능한 것에 대한 소회로 미안하다는 표현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했다는 의미이며, 더불어 감사함은 많은 공부와 좋은 인연을 자산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남 로컬스토리를 단시간에 뽑아낼 수 있었던 것 또한 '청산에 살어리랏다', '어란진에 내리는 꽃비'. '땅끝너머 여인들' 등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해온 극단 미암에 대한 신뢰가 첫째이며, 평소 해창주조장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또, 정 작가는 “북경과 괌을 무대로 여행지에 모인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 자기나라 전통주 자랑을 하며 객기를 부리거나 사랑에 빠지는 옴니버스 영화를 추진하다 엎어진 적이 있어요. 데킬라. 백주. 사케. 보드카 중 우리나라 술은 막걸리로 정했는데, 그 구성 그대로 웹드라마나, 뮤지컬로 작업해 볼까 하던 소스가 있어서 술술 잘 풀렸죠. 아, 물론 막걸리도 좋아해서, 평소에는 목포 명인집 막걸리를 마시며 창작열을 불태웁니다!”라며 창작열을 밝혔다.

작품 '해창'은 100여 년 전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해창주조장을 배경으로 정원이 아름답고 당시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영화적인 상상력이 충만했다고 한다. 원주인인 '시바다 히코헤이'에 이어 해남 삼화초등학교 설립자인 장남문 씨가 1961년 주조장 면허를 내면서 1대 주인으로, 그 후 2대 주인인 황의권 씨가 30년 넘게 술을 빚으며 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3대 주인인 오병인, 박리아 부부가 해창주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경진 작가는 “주조장은 술을 빚는 곳이지만 넓게는 인생을 빚는 곳이기도 하죠. 축하주. 독주. 이별주. 제주! 물과 쌀과 누룩만으로 오롯이 술을 빚는 해창주조장을 배경으로 막걸리 한잔에 담긴 다양한 인생사와 그들의 인연으로 엮어가는 로컬스토리를 백제의 주조장인 주신(酒神)의 시선으로 맛깔나게 삭혀보고자 합니다”라고 이번 작품을 설명했다.  

정 작가의 기획의도처럼 극 중 주신(酒神)을 중심으로 5‧18 희생자, 아시아나 항공 희생자, 이주여성, 철부지 고등학생 등이 등장해 해원과 소원의 대상인 주조장을 해남 근현대사의 상흔과 시의성이 깃든 바다의 곳간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한편 극단 미암은 1952년 창단한 단체로 ‘전남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극단’, ‘군 단위 최초 극단’, ‘한국연극협회 소속 최초지부’ 등의 명성을 자랑하며 지역 연극인 발굴의 산실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김영근 기자  theworld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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