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안반도가 들썩인다. 개발과 발전의 부푼 들썩임이 아니라 통합의 들썩임이다.

무안을 비롯한 목포 신안이 다시 하나가 되자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안반도 하나 되기라는 이름으로 통합을 추진한 것이 1994년부터 시작하여 5번이나 된다. 이중 네 차례는 목포 신안의 일방적인 찬성이고 무안의 반대였으나 2009년에 실시했던 다섯 번째 행정안전부의 통합의견조사에서는 목포만 찬성하고 신안이 반대로 돌아섰다. 이유는 간단했다. 목포와의 통합이 신안의 발전을 저해하고 신안이 갖는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통합만이 행정의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는가?

통합을 해야 한다는 측은 통합의 이유로 무안반도가 통합을 하면 중복투자와 낭비를 줄이고 고비용 행정 구조를 개선하며 재정자립도가 높아지고 주민편의가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행정의 효율화와 행정비용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르다. 당장 통합이 되면 그럴듯한 효과가 나올 수 있겠으나 국내나 외국의 통합 이후 사례를 보면 오히려 행정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통합은 효율성이나 비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발생한다. 첫째는 기초자치제도의 훼손이다. 자치제도의 핵심은 참여이다. 참여는 주민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어려워진다.

지방자치의 선진국에서 자치단체의 규모를 평균 주민수로 보면 3,000명 전후이며 많아야 10,000명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민밀착적인 행정서비스와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공동체적인 사무 처리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현재의 상황에서도 선진국의 자치제에 비해 주민수가 훨씬 많은데 여기에 3개의 지자체가 통합이 되면 인구 40만이 넘는 거대 도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제는 시늉만 내는 형식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가 된다.

통합을 하려고 하는 측은 ‘규모의 경제성’을 주장하는데 규모의 경제는 서비스마다 천차만별이다. 작은 규모가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가 최적이냐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

두 번째는 지역 간 갈등이다. 무안반도 통합을 하게 되면 현재 무안 목포 신안 단위로 정착되기 시작한 공동체 의식은 다시 해체되고 새로운 틀에서 시작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옛 연고지에 대한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이 나타날 수 있다.

실지로 우리나라 공동체 의식은 일제강점기의 행정구역개편, 이어 읍면 자치제의 폐지와 군자치제의 도입 그리고 도농통합을 통하여 많은 타격을 받아왔다.

이러한 갈등은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청사 이전과 혐오시설 배치 문제, 주민편익시설의 소재, 통합지역의 명칭, 통합 후 지역 간 자원배분을 둘러싼 마찰, 군 지역 주민들이 갖는 교육 등 각종 혜택, 과표 인상, 세제부담증가 등 지역 간 갈등요인은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1995년 이후 통합된 지역에서는 자원배분 및 개발이 인구밀집지역으로 편중된 반면에 인구희박지역은 혐오시설 기피시설 등이 배치되는 등 지역발전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한 소지역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어 공동체의식은 찾아볼 길이 없게 되었다.  

목포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이러한 요인 외에도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무안의 독자적 발전 가능성이 대단히 큰데 굳이 무안의 정체성 상실과 지방자치제의 정신을 훼손하면서까지 통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무안은 21세기 황해권 시대에 서남해안이라는 지리적인 이점 외에도 도청과 공항 그리고 해안이 주는 각종 인프라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상대적 우위를 갖는다.

다시 말해서 독자적인 발전이 가능한대도 인구 예산 정치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월등한 목포와 통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안주민들의 의사가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무안군 주민들은 다섯 번이나 통합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통합을 추진하려하고 있다. 무안반도 통합은 무안반도라는 지역공동체를 새로 구성하는 것인 만큼 해당 주민의 공동체의식을 신중히 고려하고 주민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되기 쉬운 정치권이나 특정 지역의 기득권 세력이 지방자치체제 개편을 주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기본원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세 번째는 목포시의 태도다. 지금까지 통합 논의는 전부 목포에서 나왔다. 그만큼 무안 신안과의 통합은 목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포에서는 통합에 대한 로드맵이 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통합을 추진해왔다. 그러다보니 양측 간 감정만 쌓일 뿐 실질적인 통합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목포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역사적인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동 발전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지금의 상황으로선 통합을 해서는 안 된다. 설사 통합이 된다 하더라도 발전의 시너지 효과보다 갈등과 반목만 조장하는 것이 된다.

지방자치의 후퇴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봐선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행정구역 개편 이후 시군통합을 한 지역들의 대부분이 통합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진정으로 통합을 해야 되고 그것이 무안반도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준비를 해야 한다. 제도적인 보완책도 마련해야 되고 감정의 동질성을 가져와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무안반도 축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축제는 모두를 즐겁게 한다. 축제는 어우러짐이 있고 흥겨움이 있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강한 연대감을 심어준다. 축제를 통하면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무안반도의 특성을 살린 축제를 기획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해서 모두에게 믿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대동 세상이 부활했을 때, 그때 통합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백창석 소장  무안향토사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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