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혀져가는 역사 속 인물을 재조명하여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자 통합뉴스는 월 2회 현장 탐방기를 엮어갑니다.<편집자 주>
나라가 도적들에게 침탈을 당하였을 때 조선에는 탐관오리 나부랭이들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지식인이며 지도층이었던 우리네 양반과 선비들은 자신들의 고귀한 의무를 절대 간과하지 않았으며, 온 몸을 던지고 전 재산을 쏟아가며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한 노력들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녹천 고광순 의병장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천과 황현이라는 당대 걸출한 선비들의 민족의식과 역사의식도 같이 찾아볼 수 있다.
고광순의 의병 충원과 결속을 부탁하는 격문부탁을 거절한 매천은 두고두고 후회하다 그의 전사소식을 듣고 연곡사로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시신을 수습한다.
| |
 |
|
|
<매천사 입구>
|
전남 광양에서 태어난 매천은 11세 나이에 구례의 왕사각에게 사사를 받고 29세 때 과거에서 1등을 하지만 지방출신이라는 이유로 낙방을 당하고 만다.
이에 좌절한 매천은 스승인 왕사각의 동네에 와서 매화나무 주위에 샘(매천)을 파고 작은 정자(일립정)을 짓고 구안실이라 부르며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러나 국운이 기울어 감을 탄식할 수밖에 없는 지식인으로서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던 매천은 인가들이 많은 광의리로 이사하고, 호양학교를 짓는 등 후진 양성과 교육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1910년 을사늑약이 이뤄지자 매천은 절명시를 남기고 음독자결하고 만다.
그의 동생인 황현은 10년 뒤인 1920년까지 매천의 호양학교를 운영하며 형의 정신을 이어 갔으나, 경영의 어려움으로 폐교하고 일제의 폭압이 극한에 달하는 1943년 매천사 뒤편 월곡저수지에 바위에 몸을 감아 투신, 매천에 뒤를 따른다.
| |
 |
|
|
<구안실을 안내하는 표지판>
|
고향에 내려온 매천이 처음 거처했던 구안실은 지리산 자락의 조그만 마을입구에서부터 한참을 굽이굽이 올라가야 나온다.
아마도 좌절과 회의로 가득찬 매천은 그저 이곳 깊숙한 곳에 박혀 살고 싶은 마음으로 구안실 자리를 찾았는지 모른다.
구안실은 자연과 더불어 살기에 너무도 좋은 공간인 듯 했다.
매천이 한양땅에서 과거시험의 낙재로 인해 고뇌할 때 어려서 공부하던 이곳이 많이 그리웠는가 보다.
현재 구안실은 집터였는지 조차 구분할 수 없게 소실이 되어 있지만 구례군이 매천을 생각하는 마음에 조그만 간판이라도 설치가 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여겨진다. 구안실에는 매천샘이 있었다는 자리에 복숭아가 탐스럽게 익어 가고 있었다.
| |
 |
|
|
<매천사> <월곡저수지>
|
다음으로 그가 이사를 갔던 매천사를 찾는 길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옆 월곡저수지 바로 아래 매천사는 아직까지 소실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이 되고 있다.
구안실에서 이사한 후 후진양성에 힘을 쓰고 살았던 매천은 이곳에서 음독 자결을 하고 만다.
조그만한 기와집에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마당들을 보면 ‘ 매천은 양반치고는 부자는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욕심을 버리고 살았던 매천을 가슴깊이 느끼게 된다.
금년의 극심한 가뭄에 매천사 뒤에 위치한 월곡저수지는 많이 말라 있었다.
저 멀리 지리산 자락과 높은 하늘을 보며 매천의 동생 황현은 땅이 꺼지는 한숨을 내뱉고 이곳에 몸을 던졌으리라. 조선의 선비는 그렇게까지 자신들의 고결함을 버리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 |
 |
|
|
<구례사립호양학교>
|
매천과 그의 동생 황현이 운영하던 호양학교는 매천사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위치해 옆 마을의 중앙정도에 자리하고 있으며 다시 재건과 보수가 되어 깔끔하다.
게다가 앞마당에 어린이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져 있고 마을사람들이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는 호양학교는 폐교가 된지 오래됐지만 아이들은 아직도 학교에서 뛰어놀 수 있다.
매천의 혼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이곳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구례의 이곳저곳에 세워진 관광지도를 보다가 읍내도서관 이름이 ‘매천도서관’임을 알았다. 고광순순절비의 마지막 글귀인 ‘구례군민 일동 세우다.’ 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구례사람들의 순결한 의지는 어떻게든 계속 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필자는 구례에 매천의 향이 아직 남아있음을 느끼며, 나라를 생각하며 길게 내뿜던 매전과 황현의 깊은 한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 |
 |
|
| 탐방 취재 변광렬 기자 |
여러분들이 간직하고 알고 계시는 옛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지역에 잊혀져가는 옛 이야기나, 역사적인 내용을 소장하고 계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탐방 취재 변광렬 기자 qusfur@daum.net >
변광렬 기자 qusfur@daum.net <저작권자 © 통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