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경찰관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 이다. 아침 참모회의 도중에 기자 이야기가 나왔다. 하당의 순찰차가 신호 대기 중인데 옆에 있던 젊은 사람이 순찰차에 다가와서 “왜 경찰관은 순찰차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느냐”고 물어서 최 모 순경이 “긴급자동차 인지라 매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을 하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서장에게 가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경찰관이 기자에게 말을 함부로 하여 기자가 기분이 나빠서 서장실에 와서 항의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순찰차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되느냐”고 물어서 사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것이 없어서 “언제인가 본청 지침이 내려 왔는데 순찰차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하였더니, 법에 없는 것은 말하지 말라면서 성질을 내기에 아무 말도 안했다.

옆에 있던 형사과장이라는 자가 “순찰차라고 안전벨트를 매지 말라는 규정이 어디 있느냐”고 큰소리 하면서 또 잘난 체를 하자, 생활안전과장이 “긴급자동차는 긴급한 일로 운행할 때만 긴급차로서 적용이 된다”고 하는데 누가 그것을 몰라서 그랬겠는가.

기자라는 자들이 자꾸 물고 늘어지기에 나도 억지소리 한번 했는데 경찰서 지휘부라는 자들이 발발기니 기자들이 병아리 물고 노는 강아지 마냥 재미있어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아닐까? 기자가 그리 무서운 존재일까?

사실 재능이 좀 있어서 남보다 먼저 승진을 해서 그런 자리에 있겠지만, 다른 사람 흠을 잘 잡고 베풀 줄은 모르면서 원망만 하고 거들먹대면서 겸손과 복종을 요구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다. 본인은 옳고 남은 틀렸다는 심보다.

본인 잘못에 대해서는 더없이 관대하고 남의 작은 실수는 결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와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해 욕심이 앞서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조언도 하지 못했다.

세상을 살다보면 사람마다 재능이 있다. 어떤 사람은 말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글을 잘 쓰고, 도 어떤 사람은 돈놀이를 잘하고, 부동산 투기를 잘해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재능이든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재능이 나만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하게 사용되는지 자주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든다. 우리 인생이 자작이듯이 인간의 가치 또한 자작이다. 성공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 것은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성공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속된 인간들은 벼슬자리라도 한 자리 더 얻게 되면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우세를 떤다. 하지만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는 그 반대로 해야 한다. 이름은 천추의 뒤를 기약하고 이익은 내가 갖는 대신 남에게 나누어 주며. 떠돌이 나그네처럼 조심조심 살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닐까?

남의 집에 간 손님처럼 살피고 살피며 벼슬자리에 임해 남이 나를 섬기지 않고 내가 남을 섬기며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품이 넓어 많은 무리를 이끌 수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잘나고 경박한 사람, 한번 잘 새겨 들어보시게나. 세상살이에 참을성 없이는 통솔력도 없다고 한다네. 입이 무겁지 않고는 세상살이가 엄청 힘이 든다네. 덮어놓고 지 말만 들으라고 하고 조금만 마음에 안 맞아도 벌컥벌컥 성을 내고 입이 가벼워서 말실수가 많고 안 나서는 데 없이 자꾸 나서 일을 벌이기만 하면 결국은 사람의 외면을 받아 홀로 고립되거나 지나친 욕심으로 몸을 망치고 만다고 명심보감에 기록돼 있다.

또, 조선 시대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선생은 볼품없는 왜소한 외모를 지녔지만 우리 역사에 큰 어른이었다. 뜻과 행실은 나은 쪽과 견주고, 분수와 복은 못한 쪽과 비교하라고 하였답니다.

즉 뜻을 세우고 행실을 닦는 일은 늘 시선을 높은 데 두어 미치지 못한 듯이 하라고 말입니다. 누리는 복은 나보다 못한 쪽을 보며 이만하면 됐다 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복이 있는 자의 마음 씀이 늘 이러하면 누림이 끝이 없고 배품이 넉넉하다고 하였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경망한 사람들은 한번쯤 음미하여 볼 말이겠지요.

김현진 논설위원  통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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