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통합뉴스 논설위원

요즘은 온 동네가 웰빙 바람이 불어 새벽부터 난리 법석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젊은 사람 늙은 사람 가리지 않고 건강이 제일 이라고 설치는데 이제는 동네 강아지 까지 설치고 다닌다.

어제 밤에는 마누라와 함께 목포 갓바위를 경유하여 평화광장부근으로 걸어가는데 앞에 한 중년의 부부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앞으로 조그만 애완견 한마리가 달려오는데, 개는 길옆 대로변 가로수 나무 밑에 몰래 똥을 누고 주인에게 달려오는 것이었다.

중년의 여인은 얼른 개를 안으면서 “너 또 엄마 떨어져서 혼자 다닐 거야? 너 길 잃어버리면 어떡할 거야?” 하며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말로만 야단을 칠뿐, 손으로는 개의 등허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물론 개도 꼬리를 다정하게 흔들며 부인의 뜻에 화답하는 것이다.

개의 머리에는 리본도 달고 흰털의 군데군데에 알록달록 염색도 하였다. 내가 쳐다보자 개가 기분이 나빴는지 갑자기 나를 보고 크게 짖기 시작하였다. 개도 아마 내가 자기에게 우호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 버린 것 같다. 체구는 작은 애완견이지만 소리만큼은 앙칼지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중년의 남자는 흐뭇한 표정으로 여자가 안고 있는 개를 보고 만족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렇지 모르는 사람은 그렇게 앙칼지게 짖어야 하는 거야”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런 사람들의 개 사랑을 보면 일단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는 개더러 자신을 엄마라 했고, 남자는 그 정이 가득 담긴 눈길로 자기를 개 아빠라고 자처하고 있는 듯하였다.

아마 이들은 개를 자식같이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개사랑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먼저 사람과 개의 관계가 석연치 않았다. 그 부부가 개의 부모라면 그 여자가 그 개를 낳았거나, 개가 사람이 되거나, 사람이 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사무소에 가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자고 할 수가 없다. 개인정보보호 때문이다.

애완동물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개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개에게 리본을 달고 염색을 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사랑이지 결코 개가 원했던 것은 아닐 것이며, 개부모의 개자식에 대한 숭고한 사랑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요즘의 애완견들은 집안에서 잘 먹고 살다보니까 비만,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을 앓고 있다.

결코 애완견들의 삶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며칠 뒤 닦아오는 복날에 비명횡사를 할지언정 들판을 자유롭게 싸다니고, 보궐이네 암캐를 차지하기 위하여 우리네 국회의원님들이 마치 진흙 구덩이에서 뒹굴고 싸우는 것처럼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여도 우리네 시골마을의 누렁이 진도 개가 훨씬 더 행복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조상들이 개와함께 수천 년 세월을 살아 왔지만 시간과 공간적으로 개에게 개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자유를 주었기에 개들의 행복이 있었을 것이다.

개 사랑은 개에게 개처럼 살 수 있게 해주면서 그것에 애정과 보살핌을 줄때에 참사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평화광장 입구에 서있는 푯말이나 보고 다녔으면 좋겠다. “애완견을 데리고 오시는 분은 반드시 목줄과 배설물 처리를 위한 비닐을 지참하시고 오시기 바랍니다” 하고 써진 푯말을 먼저 보고 개 등을 쓰다듬고 사랑 하여야지 몰래 버린 양심은 언제쯤 가져가야 할까요? 한번 기다려 봐야 하겠지요.

김현진 논설위원  통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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