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많은 사람이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욕심껏 소원을 비는데 이는 결국 자기의 욕망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자신의 모든 소원이 성취되는 것이 좋은 일일까? 요즘의 세상에는 소원이 한결 더 사나운 형태의 욕망으로 변했는데도 그것을 추구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까? 진정한 행복과 보람의 달성이 욕망의 달성에 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또 복권을 사서 지갑 속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이면 언제나 역시나 하면서 버리고 만 기억이 있다. 그때의 지갑 속에는 5000원짜리 맞춘 것이 몇 달째 그대로 있었다. 복권 집에 가서 바꾸어야 하는데 가기가 싫었다.

바꾸어 보았자 또 틀릴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냥 가지고 있으면 언제라도 이것을 바꾸면 혹시 대박이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을 바꾸어 버리면 확인을 해야 하고 역시 안 되면 또 괜히 서운해지고 하는 악순환을 계속하기 싫어서다. 과연 복권이 나에게 맞는 그런 벼락 맞을 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아마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애들은 커 가는데 마누라의 걱정도 이해는 간다. 전셋집이라도 한 칸 얻어주어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평생을 평범하게 살다보면 돈이 별로 없는 것이 맞지 않는지 그동안 한푼 두푼 모은 돈은 자식들 가르치는데 다 쓰고 이제 늦둥이 까지 가르치려면 나도 고생이 상당하리라는 것은 각오하고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않는데 우리 마누라는 걱정이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세월이 가고 나이가 먹으면 다음 자에게 자리를 인계하고 조용히 뒷방으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 일진데 현실에 너무 미련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리라. 그동안 나도 자식들 모두 가르치고 처자식하고 하루 3끼 잘 먹고 잘살았지 않는가 말이다. 가끔가다 삼겹살에 소주도 한잔하고, 이정도면 만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에 대하여 받는 만큼 열심히 일하였는가 생각해 보지만 그래도 젊어서는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 국가에 대하여 헌신봉사 하였다고 자부하고 싶다. 눈보라 쏟아지는 한 겨울밤 새벽에 길가에 쓰러진 임산부를 등에 업고 숨이 막히게 병원으로 달려본 일이 있는가 하며, 어떤 때는 술 취한 사람에게 뺨을 얻어맞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광주의 금남로에서 화염병과 최루탄에 돌멩이를 피하여 눈물 속에 방패 뒤에 몸을 숨기는 그런 아린 추억도 있지만 벌써 38년이 지나서 정년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행복하게 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이제는 모든 것을 비우는 연습을 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우리 사회와 국가, 그리고 어린 자식들이지만 그들이 나에게 주었던 그 커다란 행복은 내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식은 태어나서 3년이면 평생 해야 할 효도를 다 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는가 봅니다. 애들의 어린 시절 그 앙증맞고 귀여운 언어에 행복에 젖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아마 80년대 초반이라고 생각되는 그때 딸애가 3살인가 할 때 내가 목포에서 근무할 때인데 여름에 해수욕장에 가지를 못하는 형편이었다.

마누라는 병원에서 계속 근무를 해야 하고, 나는 그때 휴무도 없는 전일제 근무를 하는 시절 인지라, 딸애가 해수욕장에 가자고 하도 졸라서 제 엄마가 동부시장에서 비키니수영복을 사주었던 모양인데 내가 집에 오니 딸애가 아빠가 왔으니 커다란 플라스틱 그릇 같은 곳에 물을 담아 달라고 하면서 이곳이 해수욕장이라고 하면서 비키니 입고 폼을 잡던 그 귀여운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우리가 자식을 키우는가 보다. 그런 딸이 이제 30대 중반이 되어가니 세월이 빠르기는 엄청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자신의 무한한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남의 생각이나 걱정은 하지를 않는 것이 작금의 유행인 모양이다. 우리 모두가 마음이 그만큼 삭막해 졌다고 할 것이다.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낮은 곳으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남의 아픔을 늘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사랑으로 함께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 해 본다.

김현진 논설위원  통합뉴스

<저작권자 © 통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