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무척 어려운 위기에 처한 것 같다. 한비자에 보면 나라가 어려울 때는 각자가 사리사욕을 버리고 公法을 근원으로 하여 정실 등을 배척하고 바른 법에 의해 만사를 처리해 나간다면 백성은 저마다 생업에 편안할 수 있으며 나라는 잘 다스려 진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나라의 득실을 자세히 살필 줄 알고 법도를 바르게 지키며 법도로서 아래를 지도할 만한 힘 있는 자를 군신의 윗자리에 둔다면 그 군주 된 자는 저절로 강해져 아랫사람이 거짓으로써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득실을 잘 살피고 권형(權衡)으로 저울질하듯이 일의 경중에 능한 자로 하여금 외국과 관계되는 중요정책을 주관하게 한다면 천하의 가볍고 무거운 것으로 군주를 속이려는 자들이 발붙일 곳이 없게 될 것이다.

작금의 현실이 한비자의 글귀를 돋보이게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 전에 무슨 카드회사 3곳에서 개인 정보 1억 건이 유출되었다고 하였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너무나 세계화, 국제화 되다보니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는 모두 국제화되어서 세계의 모든 사기꾼, 도둑놈들이 아예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개인정보가 되었는데 개인정보 보호법이 무슨 소용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경제부처 높으신 분이 나오고 금융감독 위원회인가 어디서도 나오고 금융기관에서도 나오고 하면서 대국민 사과도 하고 하면서 유출된 국민의 개인정보는 전부 회수하였으니 2차 피해는 없다고 하였는데 이제 그 없다고 큰소리치던 2차 피해가 나타난다고 한다.

1억 건 중 8천 만 건이 아직도 열심히 전 세계를 잘 돌아 다닌다고 한다. 더욱 코메디인 것은 어떤 훌륭하신 경제부처 높으신 분께서 하신 말씀이 가관이다. 카드를 발급 받을 때 왜 개인정보를 입력하느냐는 것이다.

서민이 들으면 기가 막히는 일이다. 본인은 평생 호가호위하면서 카드 같은 것은 직접 만들어 쓸 이유가 없기에 하는 소리일 것이다. 아마 단 한 번도 카드를 발급 받아 본 적이 없고, 또 카드를 가지고 마감일에 임박하여 카드 돌려막기를 해보았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물론 신용 불량자도 되어본 적이 없을 것이고 말입니다. 금융계의 모범인사 되시기에 그런 막중한 자리를 꿰차고 밥버러지처럼 치매도 안 걸리고 않고 앉아 계시겠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렀게 녹녹한 것만은 아니랍니다. 금방 경기가 좋아진다고 정치하시는 분들은 허구헌날 거짓말만 늘어놓고 하던데 시장에는 아직도 따뜻한 온기는 돌지를 않고 싸늘한 찬 기운만 돈다고 말하던데요.

지난번 송파 3모녀 자살사건도 가만히 살펴보면 얼마나 절망을 했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분들도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지쳐서 그런 길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인 안전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이 평온하고 안전하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요순시대에 요 임금님께서 민정시찰을 나가서 농민에게 물어보았다. “이 나라의 임금이 누구인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농민이 하는 말이 “지금 내가 배가 부르고 평온하게 잘 사는데 임금 이름을 왜 알 필요가 있느냐”고 하였다. 지금의 박근혜 정부에서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요 정부에서 무슨 규제를 혁파 하네 어쩌네 하던데 먼저 공무원조직부터 개혁해야 하는데 아마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복지안동(腹肢眼動)으로 버티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고요? 벌써 1년 지났으니 어떻게든지 2년만 지나면 레임덕이 올 것이고 그때까지 내 몸만 안녕하면 되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안달을 하시는데 밑에 게시는 분들은 업무노트에 지시 사항이나 받아 적고 부하에게 지시만 하면 임무가 끝이 나니 얼마나 할 만한 직책이겠어요? 그렇게 세월이 가다가 정권이 또 바뀔 것이고 그때 또 잘 숨어 있다가 다시 장관자리 꿰차면 될 것을 뭐가 바쁘다고 지금부터 설치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럼 복지안동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바로 배를 바닥에 딱 대고 꼼짝하지 말고 눈동자만 굴리다가 사태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 같으면 그때 몸을 일으켜 세우라는 뜻이에요. 공무원들의 이 못된 버릇을 잡아주지 못하면 절대 개혁이네 혁파네 다 동네 강아지 입에서 중얼거리다 마는 공염불이 되고 말지요. 국민들이야 홧병에 심장이 터지든 말든 그들만의 세상을 즐기면서 말입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그들은 오늘도 저 푸른 초원위에서 하얀 공을 날리면서 즐기며 사는 인생이 얼마나 좋은데요.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요즘 같은 난세를 살아가는 처신의 비법이죠. 몇몇 못 된 공무원 여러분 그래야 살아남습니다. 어떤 정권도 10년을 넘지 못했어요(박통 빼고).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5년 이상의 권력은 없습니다. 잘 참고 살아가야지요. 처자식이 나만 쳐다보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복지안동으로 가면 나라는 어찌 될 까요? 물론 깨끗하고 개운하게 망하고 거지가 되어 온 국민이 서울역 지하역에 모여서 각설이 타령이나 하겠지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이렇게 말입니다.

김현진 본지 논설위원  통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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