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7년, 서기 2014년 갑오년의 새해가 밝았다. 갑(甲)은 오행의 속성상 청목(靑木)이고, 오(午)는 12간지 중에 말을 뜻하므로 60년 만에 돌아온 올해 갑오년을 청마(靑馬)의 해라고 부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갑오년의 역사는 격변기가 많았다. 주요한 갑오년의 역사를 보면 1534년은 남아메리카의 위대한 문화국가였던 아스텍 잉카제국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소멸되었던 해이다. 1774년에는 미국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제1차 대륙회의가 열렸고, 1834년에는 영국에서 노예해방을 선언하였다. 1954년에는 소련이 최초의 핵폭탄 실험을 감행하였다.

연도별로 보는 우리의 역사서를 참조하면 994년 갑오년에는 서희가 강동육주를 건설하고 고려의 옛 땅을 되찾았다. 1234년에는 몽고의 고려침략으로 삼별초가 대몽항쟁을 벌였던 해이다. 1834년에는 조선에 전염병이 창궐해 한양에 수천구의 시체가 즐비하였다고 한다.

근대사에 가장 큰 사건은 1894년에 일어난 갑오농민봉기, 청일전쟁 등이다. 그 해 7월에 갑오농민봉기를 진압하러 조선에 들어온 청나라와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일본의 승리로 조선은 서서히 몰락하여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인 1954년 갑오년에는 사사오입(四捨五入)개헌이라는 치욕적인 일이 당시 집권당인 자유당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이승만의 영구집권을 획책하기 위한 개헌안의 가결조건은 재적의원 203명의 3분의 2인 136표였는데, 투표결과 135표가 찬성하고 1표가 부족해 국회에서 부결되었으나, 다음 날 자유당은 사사오입이라는 이유로 135표를 사사오입하면 136표가 되니 가결된 것이라고 억지 주장하여 헌법개헌을 했다. 하지만 몇 년 못가서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은 국민들의 손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속절없이 6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지금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경제위기가 도래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무너지고,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져가고 있다.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갈등이 깊어지고, 심지어 이념갈등까지 증폭되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살림살이 경제가 어렵다고 국민들이 아우성이지만 일부 정치집단은 자신들만의 밥그릇 지키기와 정파이익에 몰두하고 있다.

2014년 갑오년 새해에는 이런 갈등과 분열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서만 일하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더욱이 총선이 있는 올해는 국민들에게 더 없이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해이기도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하는 정치인들은 두 번 다시는 정치에 발붙이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더불어 어려운 경제를 풀어야 할 숙제는 정부와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있다.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공정한 분배를 통한 서민 살리기에 모든 정책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인 국민과 서로 상생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들은 소모적인 낭비와 사치를 멀리하는 가계경제를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외세열강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고, 탐관오리들은 부패해서 나라가 서서히 몰락해갔던 120년 전, 그리고 사사오입으로 부정부패한 권력이 서서히 몰락해갔던 60년 전의 역사에서 우리는 갑오년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120년 전에도, 60년 전에도 우리의 조상들은 이런 걱정을 했을 것이다.

더 이상 이 땅에서 이런 치욕의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갑오년에는 대한민국 모두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분열이 아닌 단결로, 갈등이 아닌 화합으로, 독점이 아닌 분배로, 불의가 아닌 정의로, 거짓이 아닌 진실로 나아갈 때 이 나라는 살 길이 열린다.

조국일  통합뉴스 발행인

<저작권자 © 통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