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도자기박물관, 전라도 종갓집 옹기 展

문화	영암도자기박물관, 전라도 종갓집 옹기 展[특별취재]우리의 전통을 돌아보고 지역의 삶 이해하는 계기로 박훈 기자 \| thnhun3119@naver.com

승인 2017.05.01 20:54:04

[통합뉴스 박훈 기자] 한국 전통사회의 가문의 구심점이던 종갓집들은 일명 큰 집으로 불려졌다. 종가(宗家)에서 옹기 또한 그 의미가 크다. 플라스틱 등 합성재료에서 밀려나고 있는 종가의 옹기와 전라도 특성을 담고 있는 옹기를 재조명 한다.

영암 도기 박물관에서는 ‘종가의 옹기 특별기획전’이 진행 중에 있다. 전라도 서남해안 10개 종갓집 옹기들이 모아진 기획전에는 우리들의 식재료를 담고 있던 70여 가지의 옹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도기의 일종인 옹기는 그 크기와 용도에 따라 활용되어 왔다. 많은 식구들이 모여 살았던 종갓집 옹기의 역할은 그 지역의 문화를 잘 표현하고 있어 그 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이 사용해오던 옹기의 우수성과 과학적인 기능을 인정받으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암 도기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종가 옹기전에는 이 같은 항아리들은 철사나 대나무를 꼬아서 만든 줄로 한 개의 가닥 또는 두개 가닥에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이는 옹기가 깨지는 것을 막고 오래도록 사용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를 말해주고 있다.

종갓집의 옹기는 쌀과 된장 간장 등을 저장하기 위한 큰 그릇이 많다. 주요 식재료가 담겨있던 항아리는 투박하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모양과 문양을 넣어 미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항아리에서 볼 수 있는 문양은 주로 원형으로 포물선을 반복하는 형태가 많이 눈에 띈다. 투박하지만 나름의 멋을 부린 항아리들은 그 모양과 문양이 모두 달라 장독대에서 용도를 구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법 하다.

옹기는 그 용도와 크기 등이 달라 쌀독으로도 사용하고, 젓갈, 된장과 고추장 등 발효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잿물을 입히지 않은 질그릇은 그 모습이 투박하고 거칠지만 공기가 잘 통해서 발효의 과학에 활용되어 왔다.

해남 녹우당 윤씨 어초은공파 종가에서는 식초병을 선보이고 있다. "식초같은 특이한 거 넣어 가지고 발효식품 음식을 했어요, 그런데 옛날에는 식구가 대식구라서 식초병이 큰 것 같아요"
“식초병에는 매실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감도 해봤지요, 감식초도 하면 진짜 맛있어, 감을 3~5개월 정도 해놓으면 식초도 좋고”

해남윤씨 어초은공파 종가에서 사용하던 촛병은 그 크기가 가로 45cm 세로 50cm 크기의 옹기로 많은 식구가 함께 살았음을 짐작 할 수 있다.

"곡식은 큰데다 담았어요. 아주 큰~항아리에다. 식구가 많으니까 장, 된장, 장아찌 뭐 그런 종류를 담아두는데 사용했어요" 역시 해남윤씨 종가는 대식구가 함께 살았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항아리에는 곡식부터 밑반찬으로 사용될 재료들이 냉장고가 아닌 장독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옹기가 장독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을 이고 길러 나르는데 사용하던 동이와 씨앗단지 등 흙으로 만든 부뚜막 곁에서 활용되었던 옹기들도 볼 수 있다. 아궁이 위에 자리한 가마솥과 옹솥과 같이 부엌에서 사용되던 동이는 그 당시 음식을 끓여야 하는 솥과 짝을 이뤘을 것이다. "물동이. 머리에다 이고 물 길러다 먹고 살았어. 우리는 샘이 없으니까 저 공동 샘에서 길러서 이고 여기까지 오지. 그래가지고 큰 항아리에다 저장했다가 먹고 그러지. 요것은 작고 운반하는 물동이고 요런 것은 저장하는 물 항아리. 전에는 물 다 이어다 먹었어" 남평문씨 순평파 종가 문창집 가옥(영암) 12대 종부가 한 말이다.

현대에는 합성재료로 만들어진 용기가 예전의 항아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옹기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옛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옹기들에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삶 또한 엿 볼 수 있다. 작은 촛병부터 큰 항아리까지 그 용도와 모양 등은 우리들의 생활이며 삶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50년 500여 개의 옹기점들이 점차 줄어 1994년 5개소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현재 전남지역에서는 선대부터 기술이 전수되어 전통 쳇바퀴 타렴성형기법으로 옹기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칠량옹기와 미력옹기, 징광옹기 등 3곳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