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당은 전남 담양 창평에 위치한 150년 된 전통 한옥 고택(古宅)이다.

이곳은 일반 사람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매화나무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옛것을 찾아다니는 역사가들에겐 꽤나 소문이 나 있다.

문중 12대 종손인 송영종씨가 교직을 퇴직하면서 지난 50여년동안 방치되어 있던 종가집인 지금의 하심당을 사비를 들여 복원시켰다.

하심당이란 이름 역시 송영종씨 본인이 직접 지어 가문에 대한 자부심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입구에서 펼쳐지는 기와집이나 수목들이 백년은 훌쩍 넘기고 있어 고풍스럽다.

이곳을 둘러보면 세월의 깊이를 어렵잖게 발견한다.

마당에 있는 우리나라 토종매화인 홍매(紅梅)는  120여년이 훌쩍 넘어가는 수령을 자랑하고, 초 봄에 피는 붉은 색 매화꽃은 보는 이 마다 탄성을 자아낸다고 한다.

이 홍매의 어미나무는 4백년이 넘었다는 주인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하심당 주변을 두르고 있는 수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5백년된 감나무, 1백여년 된 박달나무, 팽나무 등 고택 구석구석에는 세월의 흐름과 역사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연리목은 찾아오는 부부와 연인들에겐 한번 씩 꼭 만져보는 나무이다”라는 송영종씨의 말에 눈을 돌려 보니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를 끌어 앉으면서 사랑스럽게 속삭이듯 서 있는 연리목이 눈길을 끈다.

하심당 주인이 손수 재배해서 말린 전통차를 내와서 음미하는 동안 마음이 평안하다.  잠시나마  마음이 스스로 내려놓아지는 곳이니 '이곳이 필시 하심정이 맞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하심당을 지키고 있는 송영종씨는 “살아온 지난 60여년동안 인생을 몰랐는데 환갑을 훌쩍 넘어서야 인생을 알겠다”며 인생의 마지막 소임은 하심당을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는 것이라는 말에 전통과 역사는 이런 분들에 의해서 계승된다는 확신이 든다.

하룻밤의 추억을 만들고 싶은 분들을 위해 2만원으로 저렴하게 민박을 하고 있어,  잠시나마 도시의 혼잡함을 잊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민박을 하신 분들에겐 종가 대대로 내려오는 석탄주(惜呑酒)를 한 종지씩 마실 수 있는데,  “애석함을 삼킨다”는 의미를 지닌 가문의 전통주를 보존하며, 가문의 역사를 이어오는 하심당의 풍류까지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배진철 기자  jinjin16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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