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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의 나주 유배지 [소재동消災洞]를 찾아서6월 첫번째 이야기
변광렬 기자  |  qusfu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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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8  16: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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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역사 속 인물을 재조명하여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자 통합뉴스는 월 2회 현장 탐방기를 엮어갑니다.(2012.06.06.)<편집자 주> 

1370년경, 공민왕이 배원(排元) 개혁정치로 인해 패위를 당하자 개혁세력들은 모두 유배 등의 형벌에 처해진다. 그 중 가장 주도적이었던 삼봉 정도전 또한 나주로 유배 보내진다. 소리를 질러도 듣는 이 없이 고적하고 외로운 외딴 산골 소재동(消災洞)에 머물게 된 정도전을 찾아본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있는 버스정류장은 광목간(광주목포)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 가끔씩 지나쳤던 곳이지만  길 건너 도로로 진입해보기는 처음이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정도전 유배지’임을 안내하는 표지가 곳곳에 서 있다. 

이쯤 됐다 싶어 차를 멈추는데, ‘신소재동기(新消災洞記)’라는 글귀가 새겨진 표지판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누가 쓴 글인지 모르고 그저 소개문이려니 봤는데 후미에 ‘나 도올이 말한다’라는 부분에 즐거운 웃음이 나오면서 도올 김용옥 선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두리번거리며 소재동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 논에 물을 대러 나오신 어르신 한분에게 물었다. “여그서 쩌쪽으로 쭉 가다보믄 돌아가는 길이 있는디 걸어가기는 그랑께 차타고 가게” 족히 여든은 훌쩍 넘어 보이는데 목소리가 쩌렁쩌렁 6월에 푸른 들판을 울린다. 노인은 이내 논둑을 따라 총총 내려가신다. 

답전보(정도전이 유배지에서 쓴 글 중 하나)에 나오는 노인도 저렇게 논일을 하러 다녔겠구나. 6백여년의 시공을 건너뛰어 논일하는 노인이 다시 환생했을까?  그 세월에도 저렇게 논일을 다녔으리라.

노인의 이야기대로 올라가다 보니 ‘아! 저기구나’라고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외진 곳에 초라하고 너무나 작은 초가집 한 채가 앉아있다. 

이곳이 삼봉이 유배된 곳이다.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잡풀을 헤치고 걸어갔다. 정도전의 후손들이 그럴듯한 돌들에 글을 새겨, 이곳 저곳에 어울리지 않게 뒤뚱 뒤뚱 자랑질을 해놓은 유배지 초입을 뒤로 하고 작은 초가집 툇마루에 앉아본다.

   
▲ 소재동(消災洞)!

정도전은 이곳 소재동에서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개혁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현실을 개탄했을 것이며, 자신의 가족과 주변을 걱정했을 것이다.

그의 유배문학 중 ‘답전보’에서는 고려 말의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깊은 고민을 기록하고 표현하였다. 전보(밭일을 하는 어르신)의 입을 통해 부패한 관리들의 실상을 지적하고 빗대어 꼬집는다. 그의 글은 재미있고 비유적이며, 예리하다.

정도전은 유배 후, 조선을 개창하는 혁명에 동참하지만 새로 개국된 조선은 충신을 필요로 했으나 반골정신이 남아있는 혁명가는 필요치 않았다. 그렇게 민본중심의 철학을 가지고 조선법전의 기본서인 ‘조선경국전’까지 만든 정도전은 조선개국 이후 사정의 칼날에 사라지고 만다.

6백여년전, 백성중심의 철학을 가진 나라, 공자가 생각한 이데아적 국가를 만들고자 조선혁명에 가담했던 삼봉 정도전을 그저 여말선초의 권력에 의해 사라진 정치가의 한 사람으로 치부하기에는 그의 정신이 너무 크다. 

   
▲ 소재동에서 바라본 들녘

 

변광렬 기자  qusfu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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