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지난 1513년 초판이 출판돼 올해로 꼭 500주년을 맞은 '농업총서(Agricultura general)'가 지금도 농업 기술과 일상 생활에서까지 참고하는 실용서로 알려지고 있다.

농업총서의 저자인 농학자 '가브리엘 알론소 에레라(Gabriel Alonso Herrera, 1470-1539)'는 당대의 권력자인 시스네로스 추기경 수하의 사제로서, 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48장, 6권으로 구성된 책을 저술, 편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각종 작물의 특성, 적합한 토질, 목축, 사냥, 양봉, 해충 예방, 일기 예측 등 농사에 필요한 지식을 광범위하게 다루었고, 각종 작물의 파종과 수확시기를 월별로 표시한 달력을 부록으로 첨부하여 농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 밖에 가축의 질병을 다루는 수의학 지식, 약초의 사용과 민간요법, 음식물 섭취에 따는 건강관리 등 생활의 지혜가 수록되어 당시의 농업 기술과 생활상을 가늠할 수 있는 역사적 가치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당시 모든 책이 라틴어로 기술되어 소수의 지식층만이 접근할 수 있는데 반하여,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인본주의 정신을 반영하여 스페인어로 기술되어  농민들에게 무료로 배부되었다고 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안토니오 데 네브리하(Antonio de Nebrija, 1441-1522)가 편찬한 스페인어 문법, 라틴어와 스페인어 사전과 함께 스페인어 문장의 본보기가 되어 후대의 어문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책에서는 상당 부분을 아랍식 원예 농업에 할애 하였는데, 이는 스페인 남부에 자리 잡았던 이슬람 왕국 '알 안달루스(Al Andalus,711-1492)'에서 수 백년에 걸쳐 고도로 발전시킨 농사 기법으로써, 당시 곡물 경작과 포도 재배에 한정된 유럽의 단순한 농업 기술에 비하면 엄청난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 속한 헤네랄리페(Generalife)로 대표되는 아랍식 정원은 조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장소 이전에 약초, 채소, 과일 등의 작물 재배를 실험하는 연구소 역할을 하였는데, 원산지가 동남 아시아, 인도,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범위한 종류의 작물들을 새로운 풍토에 적응시킨 후에 농민들에게 보급하여 재배하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들이 스페인에 소개한 농산물은 쌀, 면화, 아마, 사탕수수 등의 작물과 가지, 시금치, 근대, 알카초파 등의 채소류 및  살구, 석류, 수박, 멜론, 레몬, 오렌지등의 과일류, 박하, 사프론, 로즈메리등의 향신료, 기타 조경을 위한 수 많은 정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랍식 정원(원예농업)의 가장 큰 특징은 정교하게 설계된 관개망인데, 물을 한 방울도 낭비함이 없이 경작지 구석구석까지 살포하였으며, 물을 공급하는데 들이는 인력이나 다른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여 이들이 응용했던 수력학의 깊은 지식에 현대의 공학자들도 감탄한다고 한다.

알론소 에레라는 그라나다에서 수학하면서 아랍 농민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직접 전수받아 이 책을 저술하였는데, 오늘날에도 이 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비인간화된 현대의 농업에 비해 500년 전 농민들의 친환경적인 농사 지혜가 돋보이며, 아랍 농민은 농업을 '농업예술'이라고 부를 정도로 꼼꼼하게 정성을 다하여 농사 일을 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초판 발행 후에 1620, 1649, 1790, 1818년에 다시 발행되었으며, 최근에는 1996년에 발행되었다. 
 

스페인 김정현 기자  통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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