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뉴스는 지난 교수신문에 기획연재되었던 목포대학 도서문화연구원의 '섬 이야기'를 통해 섬들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겨진 흔적을 돌아보는 취지로 이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광도는 여수시에서 85.5km나 떨어져 있으며,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에 소속된 면적 0.67㎢, 해안선 길이 5.1㎞, 9가구 11명이 사는 섬이다.

육지에서 가까운 섬이나 큰 섬은 그렇다 치고, 광도에 가 보면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육지에서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면, "왜 사람들이 이런 섬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혀를 내두르며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사람이 섬에 살게된 동기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광도에서 사람이 살게 된 것은 300년 전부터라 전해지는데, 송씨, 이씨, 허씨, 방씨, 김씨, 박씨 순으로 입도하여 마을을 형성하였다고도 한다. 현재의 광도는 1917년 경 처음으로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광도라는 섬이름이야 본래 병풍도라 부르다가 후에 주변의 조그마한 섬에 비해서 넓다고 하여 너프리(넓다)라고 불렀으나 1914년 행정구역이 여수군으로 개편될 때에 광도라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만 너프리지 사람이 살만한 평지가 없어 집들은 모두 80도 경사진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에 사람이 산다는 것은 의식주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직접 그들이 살아가는 광경을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바다에 어장이 풍부하여 어선으로 고기를 잡는다면 그도 이해할 만도 하겠지만 광도에 사는 사람들은 어장이 풍부하다손 치더라도 고기를 잡을 만한 배도 장비도 없다. 고작 그들이 하는 거라곤 낚시를 하거나 바위에 붙어있는 미역을 따는 일이다.

@BRI@하루 종일 바다에서 미역을 따고 집으로 돌아갈라치면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 같은 등반을 해야 한다. 그것도 짐을 지고 올라가려면 젊은 사람도 중간에 쉬지 않고서는 단숨에 오르지 못할 곳이 이들의 집이다. 필자가 이들과 14년 전 인연을 맺어 1년에 두세 차례 방문을 하면서 약간의 생필품을 날라다 주곤 한다.

그 가운데 LPG가스를 구입하여 어깨에 짊어지고 언덕을 오를 때면 파란 하늘이 금세 노랗게 변한다. 나야 가끔 그렇게 봉사할 수 있지만,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쌀, 가스통, 소금, 해초 등을 지게에 지고 오르락 거리는 모습을 볼라치면 그들이 중죄를 지어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게 아니면 그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의 생활이며 현실이다.

14년 전에 이곳에 전기가 없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누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는가? 하늘에 인공위성이 가득히 떠다니고 인간이 복제된다는 이 시대에 광도의 밤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그래도 조금 나아진 것이 있다면 자가 발전기가 들어왔다는 것인데 그 원료가 석유인지라 시에서 보조해 주는 연료로는 하루 3시간 밖에는 돌릴 수가 없다.

TV를 본다는 것은 호강스러운 바람일 뿐이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와 냉장고가 있다고 하여도 이것들을 오랫동안 보관할 전기가 없다. 고작 하루에 단 3시간 전기가 돌아가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이 먹어야 하는 모든 음식물은 냉동실에서 얼린다.

하루 먹을 양식을 위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첨단 기술이 발달하여 태양광을 사용하며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무르익어도 광도의 주민들에세는 SF 소설과 같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가 93년도에 울릉도 근처에 있는 2가구가 사는 죽도라는 섬에서 삭도(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물건을 높은 곳에 이동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2가구가 사는 죽도에 삭도가 설치되었다면 광도에서 이 삭도가 설치될 수 있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어 시에 건의한 바가 있다.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작년 여름 드디어 광도에 삭도가 설치되었다. 비록 사람은 타고 다닐 수는 없지만 그들의 생필품들은 어렵게 메고 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

도시에서는 부동산 투기 논쟁에 관심을 쏟고, 정권유지와 쟁취를 위해서 정치인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보기 싫어도 보도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땅 위에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사람들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현실을 하늘도 알았기에 한 방송사를 통하여 오지 섬들의 생활상을 기획물로 제작하여 지난주부터 방송되기 시작하였다. 바람 부는 겨울 바다에 낙도의 어려운 상황을 알리기 위하여 스텝들이 나섰지만 배멀리를 하며 지쳐 허덕이는 모습들을 보고 필자는 소망을 가진다.

이 세상 어디든지 사람이 사는 곳에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나누어야 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다.

광도에 삭도가 설치되고 그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우리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이 이제 환하게 전기를 밝히며 냉장고를 돌리며 TV를 볼 때 우리도 함께 웃어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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