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계속된 수산 자원 남획을 근절하는 정책 수립에 합의를 보았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목표로 하는 이 정책은 유럽의회, 집행위원회, 회원국 등의 정부기관과 수산업자, 환경단체의 민간이 참여하여 2년 이상의 논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하였다.

주요 합의 내용으로는 포획한 어류 가운데 경제성이 없는 잡어를 바다에 폐기하는 행위를 방지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2015년부터 조업을 마친 어선은 어획한 전량을 항구에서 의무적으로 하역해야 한다.

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면 어종에 따라서 예외적으로 폐기를 허용하는데, 경과 기간 처음 2년은 7%, 그 다음 2년부터는 6%로 정하고, 점진적으로 비율을 낮추어 2019년에는 5% 만을 허용하는 것이다.

주요 회원국들은 이 비율을 9%로 주장하고, 유럽 의회는 3%를 제시하여 협상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생태계 파괴와 자원 고갈의 원인이 되는 잡어 폐기는 어획량의 25%(환경단체는 50% 주장)로 추산되어 이 조치가 시행되면 수년간 상당량에 달하는 어획고의 감산은 피할 수 없지만,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크게 환영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수산 자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멸종 위기에 몰린 어종의 남획을 금지하면 대부분의 어종은 4년이면 다시 원상을 회복해 조업할 수 있는 어군이 형성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대구의 한 종류인 메르루사(merluza)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 그동안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던 이 생선이 조금씩 스페인 국내산으로 대치되고 있다.

영국의 신 경제 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 NEF)이 계산한 자료에 의하면, 남획을 금지하여 수산 자원이 회복되는 시점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23년으로 가정했을 때, 그동안 수산업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은 105억 유로로 추산되지만, 2023년에 예상되는 어획량은 지금보다 156억 유로가 증가해 '지속가능한 어업'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유럽연합은 이외에도 최대 지속가능한 생산량(Maximum Sustainable Yield, MSY)을 늦어도 2020년 이전에 어획량 할당의 기준으로 채택하여 어획으로 인한 개체수의 감소와 그 회복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고 한다.

이 정책은 유럽연합의 어선이 아프리카 연안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조업을 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스페인의 경우 수산물 소비량의 63%는 유럽연합 이외의 지역이 원산지라고 한다.

'미래를 위해 어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 이라고 자평한 이 정책으로 새삼 주목들 받는 것은 연안에서 주로 낚시로 조업하는 전통적인 가족 규모의 어업인데, 계절에 따라서 해류를 타고 연안에 몰려드는 각종 어류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어획하여 철에 따른 싱싱한 생선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어서 소비자들의 호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스페인 김정현 기자  통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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