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속에 배인 섬 사람들의 '삶'의 단면

문화	노래속에 배인 섬 사람들의 '삶'의 단면 통합뉴스 \| webmaster@tonghabnews.com

승인 2015.11.16 09:20:34

통합뉴스는 지난 교수신문에 기획연재되었던 목포대학 도서문화연구원의 '섬 이야기'를 통해 섬들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겨진 흔적을 돌아보는 취지로 이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삼산면 초도 사람들의 놀이방법은 산다이 방식의 화전(花煎)놀이다. 산다이에서 노는 방법으로 화전놀이를 하는 것이다. 특히 화전놀이는 좀 더 조사하고 따져 보아야겠지만, 남해 도서지역민의 민속문화정보로서 멸치잡이 어로문화권의 자산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초도 사람들이, 제액(除厄)의 의미로 즐기는 봄맞이 화전놀이에서 산다이를 하는 것은 놀이가 언어에 의해서 추동되는 소리문화의 한 예시이기 때문이다.

삼산면(三山面)은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거문도, 초도, 손죽도 등 유인도 8개, 무인도 104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주도와 여수의 중간 해역에 위치해 있다. 이 중에서 초도(草島)는 여수에서 서남쪽으로 약 67㎞, 거문도에서 북쪽으로 약 25㎞ 떨어져서 작은 섬들과 함께 초도군도를 이룬다. 여수항에서 정기여객선 오가고호가 하루 두 차례 운항된다. 2010년 현재 대동, 진막, 의성마을 등 3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고, 111세대 221명이 거주하고 있다. 손죽도(巽竹島)는 초도와 같이 여수와 거문도 사이에 위치했으나 마을수나 세대수, 인구수에서 초도보다 적다.

'삼산면지'에 의하면 ‘손죽도는 화전놀이, 초도는 뱃노래’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남해 도서지역 멸치어장권에서, 초도 사람들의 구비전승물이 지닌 문화적 조건을 표현해 준다. 그러나 이 말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필자가 2010년 8월 19일~21일 초도를 찾아 듣고 보았던 것 중에 인상깊은 것은 초도 사람들이 전통지식을 활용하여 계절에 따라 해산물을 채취하고, 절기에 따라 산다이를 할 뿐만 아니라 화전놀이를 할 때 이 산다이를 가지고 한다는 것이었다.

산다이는 전남을 비롯한 서남해 도서ㆍ연안지역에서 널리 퍼져 있는데, 사람들이 본성에 충실한 정서를 노래부르며 노는, 독특한 놀이문화요 일종의 민요공동체다. 산다이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오래 전부터 성행해오던 ‘산대(山臺)’라는 놀이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보기도 한다. 초도에서 산다이 방식으로 화전놀이를 하는 것은 삼산면의 역사문화적 요인에서 기인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초도와 손죽도의 경우 면내 거문도 지역보다 외래문물의 유입 비중이 적어 아직도 공동체적 특성이 남아 있는데, 손죽도의 화전놀이와 제1종 공동 어업, 초도의 뱃노래 등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도 사람들의 산다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초도의 산다이에서 흥미로운 점의 하나는 초도 사람들이나 해녀들이 지금도 일을 잘 마치면 모두 모여서 이 섬의 노래로 논다는 점이다. 산다이의 연행이 바로 그것이다. 초도 사람들이 산다이를 언제부터 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세 방면에서 산다이의 연행 양상을 살필 수 있다.

우선 필자가 4년 전 현지조사 때 만난 두 팀의 초도 사람들이다. 한 팀은 김영금(여ㆍ72)씨 등 진막마을 사람들이다. 시집오기 전 대동마을에서도 산다이를 한 김영금씨는 21세 때 현재 남편인 진막마을의 박종훈(남ㆍ78)씨를 만나 결혼해 살면서도 산다이를 했다. 다른 한 팀은 진막마을 해녀들이다. 송연순(여ㆍ61) 외에 7명인데, 이 중 3명은 친정이 제주도이다. 해녀들은 생업의 특성상 계절별로 해삼, 전복ㆍ소라, 홍합ㆍ굴 등을 잡으면서 산다이를 하고 있었다.

다음은 초도 사람들이 하는 산다이이다. 산다이는 설날, 정월 대보름, 추석, 섣달 그믐날, 생일에 장구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신이 나면 장난도 친다. 추석 때 노래하면서 한참 놀다가 선소리꾼이 으레 소리를 하면 다 같이 손잡고 '강강술래'를 했다. 90세 정도의 사람이 죽을 때는 씻김인 길닦아 주기를 하면서 북을 치고 노래를 불렀다,

끝으로 산다이에서 부르는 노래이다. 김영금씨의 또래들은 ‘놀자’고 모이기만 하면 옛날노래라고 하면서 '청춘가', '유영가', 밭을 맬 때 부르는 소리들, '둥당에타령', '강강술래', '산하지로구나', '거무타령', '다리세기', '쿵닥쿵 쿵닥쿵 찧는 한밤에' 등을 불렀다. 유행가 '진정 난 몰랐었네(최병걸)', '가슴아프게(남진)' 등도 불렀다. 김영금씨가 부른 남진의 '가슴아프게'를 보면 남진씨는 “해 저문 부두에서~”라고 불러 부두의 시간을 배경(背景)으로 하는데 비해서 김영금씨는 '저 밖 부두에서~'라고 불러 부두의 공간을 전경(前景)으로 한다. 이 것은 섬사람인 김영금씨의 관심대상이 다른 만큼 표현도 차이가 난 결과이다.

초도의 산다이에서 흥미로운 점의 다른 하나는 초도 사람들이 신명풀이를 위해 산다이 연행을 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가지고 화전놀이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초도 사람들이 하는 산다이 방식의 화전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초도 사람들은 더운 여름보다 제비가 오고, 진달래가 피는 봄에 산에 가서 산다이 하는 방법으로 화전놀이를 하고 놀았다. 특히 가을 추석에도 그렇게 하고 놀았다. 김영금씨는 초도 4명, 여수 3명, 서울 언니와 친척들과 친하게 지냈다. 송연순씨는 해녀 7명과 함께 누구라도 만났다. 그리고 김영금씨, 송연순씨 등 진막마을 사람들은 대동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놀았다. 의성마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대동마을 사람들보다 더 잘 놀았다는 말도 있다. 특히 김영금씨의 또래가 잘 놀았다. 이 팀 외에 노인팀, 남자팀 등 서너 개가 더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초도와 가까이 있는 손죽도의 화전놀이가 참고된다.

손죽도의 화전놀이는 예전에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이촌 향도와 인구 감소로 그 맥이 끊어졌다. 그러다가 2011년 5월 9일 손죽도 출신 향우회가 화전놀이를 30년 만에 재현했다. 이 자료는 초도, 손죽도 등 삼산면 사람들이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 화전놀이를 즐겼다는 것을 알려준다. '삼산면지'에서도 볼 수 있는 '화전놀이 때 부르던 노래'는 선소리 “제화(諸花) 좋소/ 제(諸) 제화(諸花)가 좋음도 좋소/ 명년(明年) 춘삼월에도/ 화전놀이를 합시다//”로 시작된다. 그러나 노래가 지루해지면 '산아지타령'이나 '청춘가', '쾌지나 칭칭나네' 등을 곁들인다. 그뿐만 아니라 '강강술래'로도 논다.

원래 산다이에서 부르는 노래에는 초도 등 삼산면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과 삶에 대한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지기 마련이다. 특히 산다이 방식 화전놀이에서 하는 소리에는 인식과 표현면에서 더욱 더 그러하다.

내가 있고 임이 떠난 섬과, 섬의 시집살이를 설정한다. 특히 남편에 맞춘 설정도 있다. “남남이 만나서 부부라 치고 수십 년 배삯없이 내 배를 탔네”에서 남이었던 남편이 내 배를 삯없이 탔다고 한다. 그 정도가 심하면 굶으면서 물질하여 번 돈이 못된 낭군의 술값으로 다 들어간다고 한다. 이러한 낭군과의 관계는 시댁의 관계로 확장된다. 갯변에 다닐 때, 죽었다고 춤을 춘 시어머니의 짚신이 생각난다고 정을 구체적으로 노래하다가 대상도 시아재(시아주버니), 시누이로 바꾼다. 이러한 인식은 보조관념을 활용함으로써 초도 사람들의 정을 더 잘 표현해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님이 떠난 방에는 사진만 남는다고 할 때 배가 떠난 부두에는 연기만 남는다는 것으로 보조한다. 이처럼 삼산면 사람들의 의식이 표현된 소리에서 외로움이 공간(섬)보다는 시간(세월)과 인간(관계)에 있다는 것을 딱 짚어낼 수 있다.

남해 도서지역 초도 사람들은 세시에 따라 생업에 종사하면서 시가무(詩歌舞)로 푸는 놀이의 결절점(結節點)을 만들어냈다. 초도 사람들이 하는 산다이 방식의 화전놀이는 여럿이 모여서 소리하고 노는 산다이의 소통과 민요의 연행에 의해서 추동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산다이에서 노는 방법으로 화전놀이를 하는 것이 섬사람들의 시너지문화라면 우리는 자원화의 요소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문화상품이 각각 기계, 프로그램, 운영주체(전통의 토착지식을 지닌 현지주민), 기념품과 대응되므로, 이들의 유기적 관계를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구비전승자원의 가치에 눈뜨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