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담사리(안규홍:安圭洪, 1879.4.10.~1911.5.5.)

구한말 일본군인에 의해 ‘폭도 거괴중 첫째가는 인물’이라는 남도 최고의 의병장 안담사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래 의병은 조선의 양반이나 지식인들이 쓰러져가는 나라를 보고 이대로 있을 수만 없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즉 나름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일으킨 항일운동이라 하겠다. 그런데 조선의 지배층은 무력을 천시하였기에 당연히 전투에는 약할 수밖에 없었고 의병이 퍼져감에 따라 그 주도권은 일반 백성들에게 전달 될 수밖에 없었다.

‘담사리’라는 말은 전라도 말 ‘깔담사리’로 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다 쇠죽을 끓이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 잡일을 도우는 꼬마머슴을 뜻한다.

안담사리는 문강공 안방준(1573~1654)의 10대손이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태어날 때부터 매우 가난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인 듯 누이가 시집간 박제현의 집에 따라가 20여년간 머슴살이를 하게 된다.

의병장들 (안담사리 위줄 중앙)

나라를 보는 백성의 눈은 양반이나 머슴이 같았다. 1908년 안담사리는 그 당시 마을의 도적방지용이라는 명분의 의병제압용 조직인 방도(防盜)를 역이용하여 의병을 조직하지만 신망이 없다는 이유로 동네유지들이 호응하지 않는다.

이후 군인출신인 강용언의 순천지역 의병에 들어가 부장이 된다. 그러나 강용언이 양민들의 재물을 뺏고, 살해하고 겁탈하는 등 민폐와 만행을 일삼자 살해해 버린다.

그 후 문덕면 동소산에서 의병장에 추대되고 보성 파청전투부터 시작하여 탐관오리와 친일세력들을 제거하고 의병장들은 일본군과도 용감히 싸워 혁혁한 승전보를 울린다.

많은 사람들이 양반 머슴을 가리지 않고 안담사리의 휘하에 들어오고 의병을 진압하는 와타나베 사령관을 첩자를 역이용해 처형하기까지에 이른다. 일본군은 남도의 의병을 근절하기 위해 남한대토벌작전을 펼치고 안담사리는 훗날을 도모하며 의병을 해산한다.

귀가도중 밀고에 의해 체포된 안담사리는 광주에서 대구로 이감 된 후 1911년 5월 5일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다. 12년후 삼엄한 일제강점기에 그의 시신을 고향으로 이장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금을 하였다고 한다.

안담사리의 파청승첩비가 해방 2년후 수많은 사람의 모금으로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에 서있다. 당시 남도민에게 40여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았을 만큼 안담사리의 업적은 대단했던 것이다.

파청승첩비

의병의 이야기는 그저 역사속에서 사건사고나 소수 세력의 발악처럼 다뤄지고 있음이 아쉬울 뿐이다. 구한말 의병의 역사는 그 당시 우리나라 전체의 움직임이었으며 이후 독립운동을 거쳐 해방이후 4.19와 5.18에 이르기 까지 민중운동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다. 그들의 정신이 현재를 만들어 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역사는 현대사이며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

내 자신이 바로 역사의 산물이며 또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을 위해 어제를 바라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해 잊혀져가는 훌륭한 인물들을 다시한번 바라봤으면 한다. 일제의 수탈의 길인 국도2호선을 바라보며 안담사리의 파청승첩비가 찾는 이 없이 외로이 서있다.

변광렬기자  통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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