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뉴스는 지난 교수신문에 기획연재되었던 목포대학 도서문화연구원의 '섬 이야기'를 통해 섬들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겨진 흔적을 돌아보는 취지로 이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섬 문화 연구자인 필자는 가끔 "가볼 만한 섬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때 마다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곳이 ‘우이도’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유산이 가장 잘 어우러진 곳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있는 섬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제격이고, 느리게 걷기가 유행인 요즘 걷는 것만으로도 섬의 구석구석을 만끽할 수 있다. 우이도는 전남 신안군 도초면에 속해 있다. 면적은 10.70㎢이고, 해안선길이는 21㎞에 이른다. 섬 서쪽 지형이 소의 귀 모양과 닮아 '우이도(牛耳島)’라 불리게 되었다. 주변에 동소우이도, 서소우이도, 화도 등 여러 섬이 모여 있다.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약 50㎞ 거리의 해상에 자리하고 있다. 먼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자 연안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되는 섬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해로상의 장점을 살려 바다를 지키는 수군진이 설치되었다. 또한 수많은 유배인들이 보내졌던 섬이다. 중국 유학길 도중에 우이도에 들렸던 최치원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오며, 정약전·최익현·김약행 등 역사인물들의 유배생활과 관련된 여러 유적이 남아 있다.

섬 고유의 독특한 해양문화유산
목포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3시간여 항해 끝에 우이도 진리에 도착하게 된다. 대개 여름철 관광객들은 진리에서 내리지 않고, 해수욕장이 있는 돈목으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이도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진리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진리는 수군진이 설치되었던 중심마을이자, 홍어장수 표류기로 알려진 문순득의 고향이다. 진리에 도착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조선시대 선창과 마주하게 된다. 여객선이 정박하는 곳 바로 옆에 우이도 사람들이 돌을 쌓아 만든 옛 선창이 보존되어 있다. 1745년에 중창된 것이니 그 내력이 매우 오래되었다. 이 유적은 우이도 사람들의 해상활동과 관련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우이도보다 더 먼 바다에 위치한 섬과 내륙연안을 연결하는 해상중개무역을 했다. 홍어 등의 수산물을 사서 다시 육지에 내다 팔고, 반대로 육지에서 섬사람들의 생활물자를 구입해와 공급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았다. 이 선창은 그러한 우이도 사람들의 해상활동에 필요한 기반시설이었다. 선창 바로 옆에는 '조기간장’이라 불리는 생선창고도 남아 있다. 다른 섬에서 사가지고 온 생선을 저장해 두었다가 명절 등 대목에 내다 팔기위한 용도로 활용됐다. 돌로 된 조선시대 선창과 생선창고는 섬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우리 민족 고유의 해양문화유산이다.

손색없는 천주교 성지순례 코스
부두에서 300여미터 걷다보면 진리마을의 입구에 도착한다. 입구 주변 오른쪽 바위언덕에 독특한 형태의 열녀비가 남아 있다. 일반적인 비석의 형태가 아니라, 동정녀 마리아를 닮은 석상 모양이다. 이 열녀비는 혼약하기로 한 남편이 바다에 나가 숨지자 영혼결혼식을 하고 시부모를 정성껏 봉양한 밀양박씨 부인의 순정을 기리기 위해 시댁인 상원김씨 문중에서 건립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이도는 천주교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전은 천주교 신앙이 문제가 되어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마지막 생을 마감했다. 또한 섬 주민 문순득(1777∼1847)은 홍어를 사러 출항했다가 표류하여 서구문화가 전파돼 있던 필리핀, 마카오 등에서 천주교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특히 문순득은 필리핀 체류기간에 천주교 신부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러한 경험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문화에 영향을 주어 '마리아 열녀비’가 생긴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정확한 내력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천주교와 관련된 역사가 있는 우이도에 이러한 독특한 유적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우이도는 천주교 성지순례 코스로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섬마을 돌담과 바람의 언덕 '성재’
'마리아 열녀비’를 지나서 마을 내부로 진입하면 아름다운 돌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이도에는 차가 다니는 길이 드물기 때문에 섬마을 고유의 돌담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돌담은 한적한 섬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멋스러움을 만끽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아름다운 돌담길 사이에 문순득이 살았던 생가와 정약전의 유배시절 유적 등이 남아 있다. 진리마을 자체가 역사의 현장이다. 역사와의 대화를 나누며 돌담길을 걷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우이도에는 돌을 활용한 전통문화가 잘 남아 있다. 그 중 꼭 방문해보기를 권하는 장소는 '성재’라 불리는 마을 우실이 있는 곳이다. '우실’은 흔히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울타리를 말한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세워진 위치에 따라 기능도 차이가 있다. 우이도 우실은 진리 마을의 맨 위쪽 언덕에 조성되어 있다. 두 방향으로 쌓아진 성벽 형태의 돌담이 남아 있다. 바다에서 마을로 불어오는 북서풍을 막아주는 과학적 기능과 마을로 들어오는 나쁜 액을 막아주는 민속 신앙적 기능을 한다. 성재가 있는 곳은 한마디로 ‘우이도 바람의 언덕’이다. 언제나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며, 해안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관광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되는 장소이다.

'달뜬몰랑길’과 모래언덕 해변
성재를 둘러 본 다음에는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우이도의 자연환경을 감상해야한다. 진리마을에서 돈목마을로 연결되는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의 이름은 '달뜬 몰랑길’이다. '몰랑’은 산마루를 뜻한다. 달 밝은 밤의 풍경이 워낙 뛰어나 '달뜬 몰랑길’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이 몰랑길을 지나면 우이도의 자랑인 모래언덕 해변에 도착하게 된다. 돈목마을의 서쪽 해안가에 해당한다. 모래언덕은 수직으로 약 50미터 높이 규모이다. 우이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김약행이 1771년에 지은「유돈항기(游豚項記)」에 언급되어 있을 정도로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곳이다. 돈목 모래언덕 해변은 수많은 전국의 섬 해수욕장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이다. 특히 해질 무렵 모래언덕에서 바라본 돈목해수욕장과 일몰의 풍경이 으뜸이다.

우이도는 명성에 비해 방문객이 그리 많지 않다. 쾌속선이 다니는 코스에서 벗어나 있어 교통상 다소 불편하다는 점이 있어서다. 그렇지만, 올해도 누군가 필자에게 꼭 가봐야 할 섬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우이도를 꼽을 것이다. 때 묻지 않은 미지의 땅을 탐방하는 즐거움과 역사유적을 찾아가는 흥미로움을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이도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들이 많다. 우이도는 역사의 섬이자,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연생태의 섬이다.

최성환(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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