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정치학을 전공했던 필자는 ‘시스템이론’을 공부한 적이 있다. 시스템은 자기항상성을 가지고 스스로 작동되어야 하지만 작동 요소들이 순반응의 상호관계를 하지 못하면 시스템 기능은 불안전하게 되고, 결국에는 붕괴한다는 것이다. 마치 세포가 지방축적으로 비만하게 되어 나중에는 전체 시스템인 신체를 망가뜨리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사회현상을 공학적인 기법으로 분석한다는 것에 매료되었었다. 

정치학 원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를 시스템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니 시스템 작동 오류가 빈번하여 재부팅을 해서 안전모드로 전환해도 많은 곳이 붕괴될 것을 예언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나라는 행정의 관점에서 분류하면 중앙정부와 지자체라는 두 개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혹자들은 지자체에게 사법권까지 주어서 완전한 지방정부를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 특성을 고려해야 할 신중한 일이다.) 

중앙정부라는 시스템은 다양한 기관을 통한 견제와 감시, 보충, 수정 등의 방법으로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를 줄여나갈 수 있지만, 지자체의 시스템 오작동은 다반사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중앙정부의 잘못은 전 국민에게 알려지고, 지자체의 잘못은 지역에 한정된다. 그나마도 찻잔 속의 태풍이다. 중앙정부의 비리는 국민들에겐 분노의 대상이고, 지자체의 비리는 지역인들에겐 질투의 대상이다. 중앙정부의 전문성은 당연한 것이고, 지자체의 비전문성은 당연한 것이다. 

크기만 다를 뿐 거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중앙과 지방은 시스템의 작동이 이처럼 상이하다. 중앙정부를 작지만 강하게 운영하겠다는 후보들은 존재하지만 지자체를 작고 강하게 키우겠다는 후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온갖 함량미달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시스템을 비대화시켜고 결국에는 오작동을 일으킨다. 그 피해는 결국 지역민들에게 전가된다. 

중앙정부의 재정이 파탄 날 확률보다 지자체의 재정이 파탄 날 확률이 훨씬 높다. 이미 재정이 파탄난 지자체가 한 두 곳이던가!

1990년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시작한 지자체는 자치법규와 조례를 만드는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지만, 한국정당정치의 특성상 ‘따로 또 같은 조직’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요, 한 물에 한 고기이다. 지방 행정과 입법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 계획되고 실천된다. 지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병아리 눈물만큼만 선심을 쓰는 척 한다. 예산 남발로 인한 파산 위기, 인사청탁과 부정부패,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 지방의회와의 결탁으로 자신들만의 이익 단체가 되어버린 곳이 다수이다. 

물론 勞心焦思, 國泰民安의 큰 마음으로 지금껏 지방 행정과 지역민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지자체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은 당연히 해당사항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많은 지자체들이 명백한 시스템 불량이다. 시스템의 오류이다. 

그런데 그 오류를 고쳐보겠다고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를 향한 날파리떼들의 날개 짓이 이곳저곳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오류 투성이 이면서 오류를 고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내년 지자체장을 꿈꾸는 무수히 많은 도지사, 시장, 군수 후보님들의 날개 짓, 그들과 결탁한 지역의 무수한 날파리떼들 이니, 가히 떼로 날개 짓을 하는 ‘떼짓’이라고 해도 비유가 적절하겠다. 여기저기서 누구는 출마한다느니, 누구는 선거조직을 만들었다느니, 누구에게 줄서야 한몫 잡는다느니 하는 떼창 소리마저 요란하다. 

제발 내년에는 작지만 강한 지자체를 만들고, 예산을 아껴서 중앙정부보다 더 효율적인 지방을 만드는 전문가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고장 난 시스템은 버리고 과감히 새로운 작동시스템을 설계하는 진짜 전문가들이 지방행정을 운영하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그런 맥락에서 선량한 지역민들은 시스템의 옥석을 구분하는 분별력과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까마귀 우는 곳에 자주 기웃거리는 백로는 허울만 백로이지 속은 더러운 까마귀 보다 더 썩어 문들어진 자들이다. 혈연, 지연, 학연에 얽매인 자는 독선적이며 이기주의적이다.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 하는 자들은 가면을 쓴 음흉한 자들이다. 세를 과시하며 우쭐거리는 자들은 허수아비들이다. 

이제 딱 보면 옥인지 석인지 구분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국민모두가 스스로가 진실해져야 진실이 보이는 법, 모두가 진짜로 진실해지고 지혜로워지자.

새도 아닌 것이 날개 짓한다고 새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날파리들은 가고 진정 군계일학의 지자체장들이 출현하기를!

조국일  통합뉴스 대표이사

<저작권자 © 통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