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뉴스는 지난 교수신문에 기획연재되었던 목포대학 도서문화연구원의 '섬 이야기'를 통해 섬들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겨진 흔적을 돌아보는 취지로 이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서남해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하고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유인도로 가거도가 있다. 면적은 9.18㎢, 해안선 길이는 22㎞로 가히 살만하다고 해서 가거도(可居島)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도 있기도 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소흑산도(小黑山島)도라 칭해졌었다. 하지만, 현재는 가거도라 불리고 있고 주민들도 가거도라고 불리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서남해의 끝자락에 있던 가거도는 그리 유명한 곳이 아니었다. 낚시를 즐기는 몇몇 낚시꾼들에게는 익숙하고 감성돔, 돗돔 등 낚시하기 적합한 장소로 잘 알려져 있을 뿐 일반인들에게는 가거도라는 곳이 낯설은 곳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한 방송국의 매우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 녹화되어 방송되면서 가거도는 세상으로 발을 내딛었다.

가거도는 국경의 수문장
가거도는 서남단의 영해기점 무인도서인 소국흘도 근처에 위치한 유인도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가거도에서는 중국에서 울리는 닭 울음소리도 들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중국과 가까운 곳이다. 태풍이 불거나 기상특보 등이 발령되면 주변 중국어선이 가거도로 피항을 오는데 그 수가 가거도 주민들보다도 훨씬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가거도 주민들은 가끔 '여기가 중국 땅이야 한국 땅이야' 하고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다. 영해기점 도서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바다 외곽에 있는 도서이다. 우리나라 바다 외곽에 있는 이런 영해기점 도서 23개를 기준으로 12해리(22.224㎞) 밖을 직선기선으로 연결하면 우리나라 영해로 인정하는 그야 말로 국제적인 국경선인 것이다.

육지로 국경을 접한 나라는 북한 밖에 없고, 동쪽으로는 일본과 서쪽으로는 중국과 맞닿아 있고 모두 바다로 국경을 접하고 있다. 동쪽에 독도나 남쪽의 이어도, 마라도 등 여러 가지 관심들이 많지만, 막상 서남단 끝인 가거도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관심도 덜했었다.

가거도는 전남 목포에서도 쾌속선을 타고 4시간 30분가량이 걸린다. 요금도 편도로 6만원이 넘는다. 또한, 태풍이 불거나 겨울이 되면 가거도는 며칠 씩 아무도 왕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2011년 태풍 ‘무이파’와 2012년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방파제 350m가 파손되고, 테트라포트(T.T.P. 일명 ‘삼발이’) 약2,500여개가 유실되는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웬만해서는 방문하기 힘들고 또한 방문한다고 마음먹었어도 날씨가 허락해주지 않는다면 들어갈 수 없는 섬이다. 어떻게 보면 신비의 섬이다.

가거도에 있는 보물들
가거도 주변해역 70.17㎢은 2012년에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가거도 주변해역은 대규모의 홍합군락과 해중림 군락이 잘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척추 동물의 종 다양성도 매우 높아 우리나라 연안 및 외해도서에서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면류의 경우는 국내 최대의 종 다양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거도는 사방이 암벽 절벽으로 되어 있다. 배를 타고 한바퀴 돌아보면 해식절벽, 해식동 등 절벽에 새겨진 자연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가거도항을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회룡산은 주상절리가 발달하여 병풍을 두른 것처럼 보이고 겨울의 북서풍도 막아주는 아름다운 경관이 시작부터 시선을 빼앗아 간다. 가거도에는 독실산이라고 해발 639m(현재는 과거에 측정했던 오류로 571m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음)의 산이 있다. 그 주변에서 보는 가거도는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봄에 본 가거도는 여기저기 새싹이 돋아 파스텔로 그린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하게 한다.

가거도에는 약 205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새끼노루귀, 소사나무, 점현호색, 개족도리풀 등 한국특산식물들이 살고 있다. 또한, 철새들에게 있어서는 넓은 바다를 지날 때 중간기착지로서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으로 구별된 매, 물수리, 벌매, 팔색조 등이 서식하고 있는 중요한 곳이다.

가거도 사람들의 희망
가거도는 보물섬이다. 그동안 개발압력에서 벗어나 있던 덕분에 우리들의 보물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가거도가 기지개를 시작했다. 흑산도에 경비행장이 건설된다는 계획이 있고 쾌속선 일부가 웬만한 기상이변에는 꼼짝도 하지 않을 대형선박으로 바뀔 거라는 얘기도 있다. 비행장이 건설되면 흑산도에서 가거도까지는 1시간 30분정도면 도착할 수 있고, 기상여건에도 문제없는 배들이 다녀 물리적 교통여건이 개선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다.

가거도에 사는 주민들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가거도가 보물섬이고 또한 나라를 지키고 있는 수문장이란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섬이 더 활기 넘치고 더 이상 고독하지 않은 섬이길 바란다. 하지만, 섬이란 한정된 자원을 함부로 사용하고 버린다면 그 섬은 더 이상 살만한 섬이 될 수 없다. 오랜 시간 그곳에 살면서 어떻게 자연을 이용해야 오랫동안 그 섬에 살 수 있었는지 아는 그 섬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를 활용하여 우리의 보물섬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희망일 것이다.

김재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통합뉴스  webmaster@tonghabnews.com

<저작권자 © 통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