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스페인의 집권당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부패 스캔들 'Bárcenas 사건' 은 시간이 갈수록 그 의혹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El País는 지난 1월 31일 손으로 쓰여진 'Bárcenas의 비밀 장부' 를 표지에 게재하여 폭로하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당(Partido Popular, PP)의 전직 재무담당자로서, '비밀 장부' 에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1년간 현 라호이 총리에게 연간 25,200유로씩 총액 277,200유로를 비밀리에 지급하였고, 비슷한 금액을 당시의 고위 당직자들 거의 모두에게도 지급한 것으로 장부에 기재되었다고 신문은 Luis Bárcenas는 보도했다.

신문에 공개된 마피아 비밀장부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진 기사는 당일로 스페인의 모든 언론은 물론 세계 유수의 신문에서도 앞을 다투면서 기사를 다루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야당은 라호이 총리의 해명과 총선을 요구하고, 시민들은 분노하며 국민당 당사로 몰려가 격한 시위와 함께 라호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고위 당직자 회의를 2월2일 연후에 라호이 총리가 전면에 나서서 비밀 장부는 존재하지 않으며 신문에 게재된 내용은 '거의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당의 회계장부와 개인의 소득및 재산 신고 내역을 공개 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계속되는 신문의 폭로로 인해 의혹은 더욱 증폭되어 시위는 계속되었고, 각종 매체의 여론 조사에서도 70% 이상인 거의 대부분이 총리의 사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전직 당직자는 불법 자금의 수수를 시인하고 비밀 장부의 존재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검찰이 나서서 필적 감정등으로 비밀 장부의 진위 여부를 수사하고 관련된 인사들을 빠짐없이 소환 심문을 하여,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칠 것을 공언하면서 사건은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로 접어들며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Bárcenas는 상원의원도 지낸 당의 중진으로서 2009년에 터진 또 다른 부패 스캔들 'Gürtel 사건' 에 연루된 혐의로 의원직과 당직을 사퇴하였는데,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당의 재무, 회계를 담당해온 라호이 총리의 최측근으로 밝혀졌다.

'Gürtel 사건' 은 국민당이 집권한 마드리드, 발렌시아등 지방 자치 정부에서 장기간에 걸쳐 저질러진 조직적인 부패 행위로서, 혐의자가 120명에 이르고 그 중 71명이 국민당과 연루된 마피아적인 범죄 사건인데 해당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과잉(불법?)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장기간 직무 정지의 징계를 당하며 담당 검사가 경질된 후에는 실질적으로 수사가 흐지부지되어서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올해 초에 스위스 은행 구좌에 'Gurtel 사건' 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2천2백만유로의 예금이 Bárcenas의 명의로 존재하는 것이 스위스 측의 확인으로 발각되면서 본인은 '조세 사면' 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젔으나 세무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으며, 검찰측은 국외 도피 가능성을 대비해 여권의 압수, 전자 팔찌 부착등의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추즉이 나돌고 있다.

이처럼 사건으로 알려진 은행 구좌 외에도 부인이나 다른 제3자의 명의의 구좌가 있는지, 또는 스위스 외에 다른 조세 회피 지역에도 은행 구좌가 더 있는지는 불확실 주장도 일고 있어, 만일 비밀 장부가 진짜로 판명되면 라호이 총리의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은 물론 집권당의 존립마저도 위협을 받아 스페인의 정치는 예측할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며, 가짜로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스위스 은행의 비밀 예금 구좌에 대한 조사는 계속되어 라호이 총리의 리더쉽은 심각하게 흔들린게 된다는 전망이다.

공당의 중요 당직을 개인의 치부(致富) 수단으로만 철처하게 이용해온 몰염치한 인물을 오랫동안 요직에 중용한 것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서 라호이 총리는 자유로울 수 없으며, 더구나 이 인물이 부패에 연루되어 사퇴의 압력을 받을때도 결백을 옹호하여 정치적으로 무능함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집권당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라호이 총리의 '측근정치' 로 지목하여 당내 민주화로 당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에 맞서 총리측의 고위 당직자들은 당이 어려운 시기에 해당(害黨)행위를 삼가할 것을 주문하는등 사태는 내부 분규의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편 현지의 정치 기자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문제의 비밀 장부는 국민당을 겨냥한 Bárcenas의 협박용 도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들은 스위스 은행의 비밀 예금 구좌가 들통나자 궁지에 몰린 Bárcenas는 국민당을 물고 늘어져 모종의 협상을 획책하려는 의도일 것으로 추측하면서, 비밀 장부의 내용은 부분적인 진실과 부분적인 거짓을 다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는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이로 인하여 수사가 복잡해지고 장기화되는 만큼 진실을 밝히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페인 김정현 기자  통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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