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리의 현실

▲ 시인 최재환

중앙정부로부터의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목포도 민주화 운동의 한 축으로 역할을 했었고, 목포인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은 6,70년대였다고 생각된다.

외지 사람들이 목포에 들르면 ‘정말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이건 너무하다!’ 는 실토를 아끼지 않았었다. 일제의 찌꺼기가 가시지 않고 ‘발전’ 이란 단어는 까마득히 잊은 채 마지막 ‘오기’ 하나로 버티었던 세월이 외지인들의 눈에는 낙후된 지역으로 보인 것이다. 그것은 좋든 궂든 목포인의 기질, 곧 문화였던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러 우리 고장에서 대통령이 나와 다소 위안이 되었지만 발전은 여전히 더디고, 고대하던 도청이 남악으로 옮기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결과는 외부유입 인구의 감소와 구도심 공동현상이 발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구도심의 관공서가 용당동으로 빠져 나갔다가 다시 남악으로 옮기게 되고, 그에 따라 유관기관들과 주택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구도심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 오거리의 현재 모습이다.

옛 목포를 되찾기 위해 목포시에서도 관심을 갖고 도시 정비는 물론, 인구 이동을 막기 위해 예술인들에게 새로운 작업공간을 마련해 주는 모양이지만 그 역시 임시방편일 뿐, 마음 놓고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은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예술은 많은 장르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힘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라. 예술은 즐길 수 있는 인구가 넘쳐나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활동이 맞물릴 때 활성화되는 법이다. 구경꾼이 없는 광대를 상상해 보았는가. 이래서 ‘예향! 의 향기가 서서히 시들게 되는 것을 누굴 탓 하겠는가.

마무리

문화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거나 부활 되는 것이 아니다. 집단이나 구성원들이 오랜 세월 고통을 참고 견디고 지켜내어 자연스럽게 몸에 깊이 밴 삶의 흔적이기에 급작스런 기대란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오거리 문화’ 를 되찾기라거나 부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창조’ 라는 말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참된 문화, 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문화의 창조와 확립을 위해서는 거주민은 물론, 모든 시민과 각계 기관 또 예술인들이 좀 더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어 내야 한다고 생각된다. 어떤 작은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문화의 바탕은 자연스럽게 이룩되리라 본다.

목포가 ‘예향’ 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그들에게 예술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 각 분야에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마음 놓고 자신들의 재주에 전념할 수 있는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타 지역의 사례도 ‘타산지석’ 으로 받아들여 관계 관청과 시민, 그리고 예술인들이 하나가 될 때 ‘예향“ 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오거리를 중심으로 한 모든 상가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오거리예술문화의 흐름을 지켜 줘야 한다.

예술 작품은 예술인의 손에서 빚어지지만 이것은 결국 시민의 몫이요, 우리 고장의 자산이다. 목포 오거리라는 풍토에서 자라서 많은 날의 각고로 이룩한 문화형(文化形)을 누구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예술인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누구에게도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스스로 헤치고 일어서야 떳떳한 법이다. 예술가가 부와 권력과 타협하면 이미 예술혼을 상실하게 된다. 선비정신을 잃는다는 말이다. 예술혼이 빠져버린 작품은 당대를 지키기도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 작품 전시회 몇 번 한다고, 세미나, 심포지엄을 연다고 오거리 문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꾸준하게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지키며 예술인으로서의 본분을 다 할 때 보다 나은 오거리 예술이 탄생할 것이다.

예술인들이여, 각성하라!! 내가 살아남아야 오거리가 살고, ‘예향 목포’ 가 산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둬야 한다. 끝까지 진심으로 예술을 지키고 있는 자가 진정한 예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이 글은 지난 11월 17일 제4회 목포문화예술협회 심포지엄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시인 최재환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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