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삭감으로 운행 중지 위기에 몰린 스페인 통학버스 

재정위기에 봉착한 스페인 국민들은 공공부문 예산 삭감을 '티헤라조(tijerazo, 큰가위)' 라고 부른다. '가위질'로 일컬어지는 스페인 공공부문 예산 삭감은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큰 폭으로 가위질 당해서 일년내내 이에 항의하는 시위와 파업이 그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발레시아 지방에 인구 3,000여명인 ‘몬세랏' 타운의 엄마들은 정부 예산 삭감으로 운행 중지 위기에 몰린 자녀들의 통학 버스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스로가 속옷 차림의 모델이 된 에로틱한 달력을 자체 제작하여 2012년 11월 중순부터 팔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3개월간 통학버스를 운행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통학버스 운행이 중지되면 이 마을 어린이 80여명은 약 6km에 이르는 비포장 길을 걸어서 통학해야 할 형편에 몰린다.

▲ 아이들 통학버스 운행기금 마련을 위한 스페인 엄마들의 속옷 달력의 사진

달력은 3,000부를 제작했는데 정해진 가격 없이 기부금과 교환하는 식으로 사전에 400부를 소화했고, 나머지는 발렌시아 축구장 앞에서 좌판을 만들어 팔던 중 불법판매라는 이유로 시당국에 의하여 철거되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발렌시아 축구팀 선수들은 연대감을 과시하여 달력에 축구선수들의 사인을 넣어서 달력의 판매가 쉬우면서도 가격을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았고, 또 발렌시아 팀을 거쳐 간 퇴역 선수들은 통학버스 운행 기금 을 마련하기 위한 친선 축구경기까지 계획하고 있다.

계속되는 스페인 경제 침체 때문에 2011년 말에 당시의 집권당인 사회당(사파테로 총리)은 총선을 앞당겨서 실시하였고, 당시 야당인 우파의 Partido Popular(국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였다. 국민들의 큰 기대를 모으면서 우파 정부(라호이 총리)는 출발하였으나, 집권 공약과는 달리 부가세를 인상하고(18%에서 21%), 한편으로는 전방위적인 예산 삭감,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사회당 집권시절보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여론이 팽배해져있다.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서도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의료인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예산 삭감으로 인해 공교육의 수준 저하를 우려하는 교사들의 시위, 임금 인하에 반대하는 공공교통(지하철, 버스, 기차)종사자들의 수차례에 걸친 파업 등, 스페인의 2012년은 정말로 힘든 한해였다.

더구나 2013년 새해를 맞이한 스페인 경제도 우울하기 짝이 없으니 경제 침체라는 긴 터널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형편이다. 과거 30년간 전 세계를 휩쓴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에 대항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가 생겨나기 전에는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할 뾰쪽한 수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조국 대한민국도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고 새해부터 요란하다. 사회복지예산이 100조가 넘어간다는 하는 한국 언론의 기사를 봤다. 하지만 사회복지예산을 늘리면서 공공부문 물가도 같이 올린다는 것은 세금을 집행하는 정부 정책자들의 파이만 늘린다는 꼴이며, 국민들을 얕은 수로 속이는 것은 금방 드러난다는 것을 꼭 새기기 바란다. 

스페인의 재정 위기를 보고 "반면교사(反面敎師)하는 내 나라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것이 스페인 현지의 한국교포들의 바램이다.

스페인 김정현 기자  newsman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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