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뉴스는 지난 교수신문에 기획연재되었던 목포대학 도서문화연구원의 '섬 이야기'를 통해 섬들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겨진 흔적을 돌아보는 취지로 이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발막은 솥, 선반, 저장고 등이 있어 멸치를 삶아내고, 말리고, 이를 저장하는 곳인데, 풍어를 기원하는 의례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벌막 안에서 바라본 죽방렴 사진) 사진=박종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어로활동이 시작됐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해안과 강가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시대이며, 사람들이 창이나 작살로 물고기를 찍어서 잡은 흔적이 조개더미(패총)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면 어로활동은 오래 전부터 행해져왔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 어망을 사용해 고기를 잡은 기록이 보이는데, 실제 연근해를 벗어나 멀리까지 나가서 중선망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중선배가 등장해 획기적으로 어획량을 끌어올리는 단계는 조선 후기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어법을 이해하는 데는 연근해 '魚箭'이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어살이란 조수간만의 차이가 많고 오목하게 들어간 포구에 대나무나 싸리나무, 돌맹이 따위로 보를 막아서 고기를 잡던 어로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어살에는 돌로 만든 돌살, 대나무로 만든 죽살 등이 있다. 어살류의 일종인 방렴은 조류의 속도가 빠르고 물고기가 회유하는 곳에 설치하는 것인데, 조류가 흘러 들어오는 쪽을 향해 말목을 부채꼴 모양으로 일정하게 박아 놓고 말목과 말목 사이에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서 울타리를 만들어 고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여 물살에 휩쓸려 들어온 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구이다.

▲ 조류가 흘러 들어오는 쪽을 향해 말목을 부채꼴 모양으로 박아 놓고,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서 울타리를 만들어 고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여 잡는 죽방렴이 지족해협에 현존하고 있다. (지족해협의 죽방렴 사진) 사진=박종오

조류가 흘러 들어오는 쪽을 향해 말목을 부채꼴 모양으로 박아 놓고,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서 울타리를 만들어 고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여 잡는 죽방렴이 지족해협에 현존하고 있다. (지족해협의 죽방렴 사진) 사진=박종오

남해도에 아직도 이러한 '竹防廉'이 남아 있어 관심을 모으는데, 이곳 해안은 굴곡이 심하고 긴 해안선이 있어,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연근해어업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에 있는 지족해협(일명 손도)과 남해군 창선면과 사천시 삼천포 사이에 있는 삼천포해협에 죽방렴이 대표적이다. 지족해협에는 23개의 죽방렴이 인접해 설치돼 있고, 말목도 나무로 만든 것이 많다. 죽방렴은 수심이 적당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며, 물살이 급한 곳에 설치하는데, 이곳 지족해협은 조수 간만의 차와 조류의 세기 등이 죽방렴을 설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다.

지족해협의 사람들은 보통 죽방렴을 가리켜 ‘발’이라고 부르며, 죽방렴을 경영하는 어장주를 ‘발쟁이’라고 칭한다. 죽방렴은 육지에 설치하는 구조물과는 달리 설치작업이나 보수작업에 어려움이 많다. 말목의 재료로는 주로 수명이 오래가는 참나무를 사용하게 되는데, 보통은 10년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부식되거나 부러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몇 개씩은 자주 교체해야 한다. 남해군 인근에서 참나무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라도 등지에서까지 구해왔으며, 가져온 참나무는 말려 두었다가 사용하기도 했다. 요즘은 원통형 파이프와 H빔, 혹은 철도 레일 등을 말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나무보다 수명이 길고 작업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죽방렴 어업은 1년 내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겨울철에는 날씨가 추워 고기들이 잘 들어오지 않고 작업을 하기도 곤란하다. 때문에 보통은 음력 2월 중순이나 3월부터 10월말까지 작업을 한다. 이후 겨울철에는 그물과 발목은 철거했다가 이듬해 2월(영등달)이 지난 다음 그물을 넣어 조업을 시작한다. 멸치 어획량을 보면 6월에서 7월에 잡히는 것이 연간 어획량의 6~70%를 차지한다.

하루에 두 번씩 물때가 변하는 朝夕에 따라 조업 시간은 매번 달라지는데, 이렇게 매일 달라지는 물때에 맞춰 조업을 나가야 한다. 보통 여덟물에서 열두물 사이에 간조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때 많은 어획량을 올릴 수 있다. 반면 조금이 들어있는 열세물에서 두물까지는 물이 잔잔하고 간만의 차도 많지 않기 때문에 물고기가 많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은 세물부터 열두, 세물까지 물을 본다(작업을 한다). 또한 장마철에도 작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한 달에 20여 일 정도 물을 볼 수가 있다.

죽방렴에서 포획되는 어종은 멸치, 삼치, 갈치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주된 어획물은 멸치다. 처음 조업을 시작하면 한 달 정도에 걸쳐 ‘지름치’라고 부르는 멸치가 잡히는데, 이는 젓갈용이다. 그 후에 ‘실치’ 혹은 ‘시레기’라고 불리는 잔멸치가 잡히는데, 이는 볶아서 반찬으로 이용한다. 이 잔멸치가 보름 정도 크면 ‘비재이’ 혹은 ‘배쟁이’라고 부르는 멸치로 성장하는데, 이 ‘배쟁이’는 삶을 때 시간을 잘 못 맞추면 배가 터져 버려 상품성을 잃게 된다. ‘배쟁이’가 한 달 정도 자라면 중간 멸치가 되는데 이를 ‘중사리’라 한다. 이 ‘중사리’는 추석 전후까지 나오는데, 광택에 윤기가 있어 보관이 편리하며, 맛도 좋아 최고로 쳐주는 멸치이다. 8월 이후에는 멸치의 크기가 커지고 기름이 차는데, 맛은 있으나 가격은 떨어진다. 중사리 이후에 잡히는 멸치는 젓갈용으로 판매된다.

조업을 나가 잡아온 멸치는 바로 삶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멸치의 신선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멸치를 삶는 것은 발막에서 이뤄지는데, 이곳에는 솥, 선반, 저장고 등이 있다. 멸치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멸치를 삶을 때 사용하는 소금의 양과 삶는 시간이다. 소금을 넣고 끓인 물속에 멸치를 넣는데, 적당히 익으면 멸치가 떠오른다. 이렇게 떠 오른 멸치는 대나무로 만든 도구를 이용해(요즘은 플라스틱 제품으로 바뀌어 가는 추세이다)건져 낸 후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건조 과정을 거치고 나면 크기에 따라 선별과정을 거치고 이를 상품화해 판매한다. 보통은 삼천포 수협에 위판 하지만, 요즘은 직거래도 늘었다.

죽방렴과 발막에는 섣달 그믐날 밤이나 처음 조업을 시작한 날 고사를 모시기도 한다. 이 때 제물로 메밀범벅이 등장하고, 부뚜막 할배를 위해 멸치를 삶는 솥 앞에 제물을 차리는 점 등을 볼 때 도깨비 숭배의 모습과 조왕 숭배의 관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풍어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의례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유자망이나 정치망을 이용해 멸치를 잡으면 대량으로 잡아낼 수 있지만, 그물에 잡힌 멸치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멸치의 원형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죽방렴에서 잡는 멸치는 통 안에 갇힌 멸치를 뜰채로 떠내기 때문에 어획량은 적지만 원형이 잘 보존돼 상품 가치가 높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욕심 부리지 않고 고기를 잡기에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명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해 사는 사람들을 위해 물살이 가져다 준 선물임에 틀림없다. 

▲ 박종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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