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환 시인

오거리에 관한 확연한 자료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충분한 세월이 함께 숨 쉬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많은 세월이 쌓여야 역사로 자리 매김이 되는 것이고, 그 역사와 더불어 진실되게 호흡을 같이 했을 때 삶의 발자취가 남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에 정립된 ‘오거리 문화’ 를 되찾는다기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건전한 새로운 ‘오거리문화’ 의 창조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오늘 목포의 참 모습을 되찾기 위해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았다면 지금보다 더 값진 시간은 없으리라.

그래서 ‘목포’ 라는 지명의 어원을 잠시 살펴보고 다음 이야기를 풀어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자료를 뒤적여 보면 영산강 연안의 여러 곳에 목포라는 이름이 보인다. 이는 목포가 본래 고유명사로서의 목포라기보다는 어느 한 지역의 기능(역할)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를 의미하다가 나중에 지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즉 목포는 본래의 이름이 아닌 별칭으로 불리다가 현재의 이름으로 고정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목포라는 말은 무안반도 영산강 연안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입해처(入海處)인 포구를 지칭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처음 목포는 나주 남포를 말했다는데 옛날 나주 남포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갔으나 영산강의 수심이 얕아 나주 남포에서 배를 타는 것보다 영산강 하류로 더 내려가서 배를 타는 것이 훨씬 편리하게 되면서 항구의 기능이 하류로 이동하게 된 것이라 한다.

영산강 주변(주로 오른쪽)엔 금강진, 이산진, 몽탄진, 대굴포, 주룡포, 두령항, 하당, 만호영 등이 있었는데, 이런 포구를 모두 목포라 불렀다고 한다. 현재의 나주에서 영산포로 건너가는 곳, 지금도 촌로村老들 중에는 나주시 송월동 부근을 일명 ‘목포동’ 이라도 부른다고 한다.

또한 무안 목포라는 이름도 있는데 목포가 지닌 지형이 서해로부터 깊숙이 들어온 영산강 어구 즉, 목 부분에 해당되는 곳으로 ‘목돌미’ 의 포구라는 의미로 ‘목개’ 로 불리었다고도 한다. 즉 목항(項)자나 개포(浦)가 다 같은 뜻의 항구, 포구를 뜻하는 연유에서 붙여진 지명이라는 것이다. 요즈음 ‘나들목’ 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여기서 ‘목’ 에 나무목자가 쓰인 것은 수목설樹木說에 근거를 두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배산임수를 철학으로 믿던 조상들이 더 깊은 연유를 따져 붙인 이름인지 아니면 일본 사람들이 강압적으로 자신들의 논리를 들어 지은 이름인지는 보다 확실한 근거와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하겠지만 ‘목포’ 라는 명칭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오거리

사람이 사는 곳엔 길이 트이기 마련이다. 오늘날처럼 이용 목적에 따라 구획설계를 한 다음 시설물이 들어서고 그 후 사람이 들어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이 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 생활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길이 터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좁은 샛길이던 것이 이용 빈도에 따라 넓혀지고 또 새로 생기기도 했으리라.

기록에 보면, 오거리란 길이 다섯 방향으로 된 거리를 뜻 하며, 여러 사람이 말하는 대표적인 오거리는 무안동 오거리를 말하는데, 개항 후 일본인과 한인과의 대립, 또는 중간 역할을 하였던 거리로써 광복 후 한때는 가장 번화하였던 거리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오거리가 처음부터 계획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도시의 중심에 있어 사람들의 내왕이 많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부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편리에 따라 다섯 갈래로 나뉘게 되었고, 여기를 거쳐 생활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가 형성되면서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물론 죽동에도 오거리가 있었고, 연동과 양동에는 육거리도 있었지만 현대에 들어와 기존의 길 외에 교통수단의 편리를 위해 새롭게 트다보니 육거리, 칠거리 등 다방향의 길이 터지기도 했다. 

* 이 글은 지난 11월 17일 제4회 목포문화예술협회 심포지엄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시인 최재환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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