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사건으로 중국 마피아 두목의 체포 작전, 일명 황제작전(operacion emperador)의 내용은 우선 그 범죄규모에서 일반인들을 크게 놀라게 하고 있다.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에서 가장 이슈가 된 사건으로 경찰에 체포된 인원만 80명 이상인 대규모 사건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마피아가 관련된 이번 사건은 스페인 조직범죄 역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에는 스페인 공무원은 물론 포르노 영화배우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이번 중국 마피아 범죄는 스페인 형법에 열거된 거의 모든 범죄에 관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요한 죄목만 열거해도 인신 매매, 납치, 협박, 고문, 강압, 매춘, 마약 등 일반적으로 마피아들이 흔히 저지르는 범죄 이외에도 탈세, 관세법 위반, 서류위조 등 경제 범죄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중에서도 최고의 화두는 돈세탁으로 밝혀졌다.

Ping Gao로 알려진 마피아 두목을 자택에서 체포될 당시 발견된 현찰이 1천300만 유로(약 1백90억)에 달해 경찰이 어마어마한 현찰을 보고 기겁을 했고, 현금을 일일이 세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 외에 발견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귀금속 등도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약 10억 유로로 추산되는 돈세탁 사건은 유럽에서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사건을 주도한 Ping Gao는 이탈리아에서도 돈세탁을 해왔고, 최근에는 그 영역을 포르투갈까지도 확장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유럽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절강성의 한적한 마을 출신으로 알려진 올해 45세인 Ping Gao는 그동안 스페인에서 성공한 중국 사업가로 행세하여 왔는데, 스페인의 큰 도시 골목마다 깔려있는 중국산 저가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의 대부분 상권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Ping Gao의 마피아 범죄 행각에서는 같이 체포된 그의 부인을 비롯해 중국에 있는 부모, 형제, 일가친척까지 전 가족이 참여했다고 한다.

▲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현지 전경

특히 Ping Gao는 미술애호가로 행세해 오며, 중국 북경과 스페인 마드리드에 갤러리를 열어 양국의 미술품 교류에 가교 역할을 하는 인정 많고 고급문화를 이해하는 사업가의 이미지를 심었고, 이를 이용해 스페인의 고위층과도 접촉을 해오며, 심지어 스페인 국왕과도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가 소유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화랑은 마드리드에서 매년 열리는 현대미술박람회(ARCO)에도 참여하여 중국의 젊은 신진화가들의 작품을 유럽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체포될 당시 Ping Gao는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하면서 그의 꿈은 구겐하임과 같은 미술관을 만드는 것이라는 엉뚱한 발언으로 또 한번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정말로 본인이 주장하듯이 촉망되는 젊은 화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싼 임금으로 화공(畵工)을 대량 동원하여 강압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인지는 중국에서의 그의 행각이 밝혀지지 않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스페인 경찰은 전하고 있다.

다만 그가 부인도 모르게 2012년 말이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도주하려는 계획을 경찰이 사전에 포착하여 서둘러서 체포했다는 후일담이 나돌고 있다.

최근 수조원을 사기쳤던 한국의 ‘조희팔 사건’과 비교해 볼 때 스페인의 최대 사건이라는 ‘중국마피아 사건’은 조족지혈이지 않는가?

이번 사건에 스페인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고 연루된 공무원들이 철저하게 구속되는데 반해 아직도 연루된 자들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 한국의 ‘조희팔 사기사건’이 유럽인들에게 알려진다면 이는 엄청난 세기의 사기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정현 기자  스페인 현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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